상황은 늘 바꿀 수 있다.

by Ding 맬번니언

상황은 늘 바꿀 수 있다. 문제는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일 뿐이다. 오늘은 어제 만났던 톰 가족과 함께 Gumbuya World에 가기로 한 날이었다. 집에서 한 시간 남짓 떨어진 이곳은, 내게는 한국의 캐리비안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물놀이가 중심이 되는 테마파크, 아이들에겐 작은 천국 같은 장소다.

나는 새벽에 일을 마치고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왔다. 몸은 피곤했고 눈은 따끔거렸지만, 마음만큼은 이상하게 가벼웠다. 전날의 일정이 바뀌고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이어졌지만, 그 덕분에 오늘이라는 하루가 열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샤워를 대충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다시 차에 올랐다.
“오늘 그냥 쉬면 안 될까?”라는 생각이 잠깐 스쳤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미루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신없이 준비물을 챙기고 Gumbuya로 가는 도중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미리 표를 예매하는 게 좋지 않을까? 날씨가 너무 더워서 표를 미리 확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래서 차 안에서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해 보았다. 그런데 입장권이 이미 매진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직접 전화를 걸어 다시 확인했지만, 오늘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몰려 더 이상 입장이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결국 우리는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행복이는 말없이 창밖을 보며 많이 속상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보는 순간, 나도 마음이 잠시 내려앉았다. 열심히 준비한 하루가 이렇게 끝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다시 생각했다. 상황은 바꿀 수 있다고....어떻게


나는 곧바로 다른 선택지를 떠올렸다. Gumbuya 대신 동네 수영장을 가는 건 어떨까. 혼자 가는 것보다는 친구들과 함께라면 훨씬 나을 것 같았다. 나는 다니엘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그는 특별한 계획이 없었고, 같이 가는 것도 좋겠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세비까지 함께 데리고 동네 수영장으로 향했다. 화려한 워터파크는 아니었지만, 아이들은 금세 웃음을 되찾았다. 물속에서 소리를 지르고, 서로 물을 튀기며 놀았다. 행복이의 얼굴도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표정이 되어 있었다. 돌이켜보면 오늘 하루는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하지만 계획이 틀어졌다고 해서 하루가 망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방향이 조금 달라졌을 뿐이다. 상황은 늘 바꿀 수 있다. 중요한 건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그 안에서 다시 선택할 수 있는 마음인 것 같다. 오늘 우리는 캐리비안 대신 동네 수영장을 선택했고, 실망 대신 웃음을 선택했다. 그 선택으로 충분히 괜찮은 하루가 되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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