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계속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이 하나 있다. 병원에서 스티븐에게 걸려오는 전화다. 전화가 울릴 때마다 공기가 달라진다. 스티븐의 얼굴이 먼저 변하고, 나는 그 표정을 보며 이미 상황을 짐작한다.
스티븐 아버지의 상태는 쉽게 호전되지 않고 있다. 벌써 두 번의 수술을 하셨고, 내일 또 한 번의 수술을 앞두고 있다.
86세의 노인이 전신 마취를 하고 수술대에 오른다는 건, 결코 가벼운 결정이 아니다. 의사도, 가족도, 누구도 쉽게 “괜찮을 겁니다”라고 말할 수 없는 나이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수술 부위가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든다.
우리는 그 현실 앞에서 조용히 선택을 바꿨다. 매년 새해를 맞이하러 가던 톰의 집을 가지 않기로 했다. 늘 당연하게 이어져 오던 우리의 작은 전통을, 올해는 깨기로 했다. 누구도 크게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
지금은 축하보다 기다림이 필요한 시간이라는 것을. 새해를 어디서 맞이하느냐보다, 지금 누군가 곁에 있어야 하느냐가 더 중요한 순간이라는 것을.
전통을 깬다는 건 아쉽지만, 그 아쉬움보다 더 큰 것은 지금의 상황이다. 삶은 늘 계획과 다르게 흘러가고, 우리는 그때마다 무엇을 지킬지, 무엇을 내려놓을지 선택하게 된다.
요즘 나는 자주 이런 생각을 한다. 어떤 선택들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지금 가장 필요한 쪽을 향해 몸을 돌리는 일이라는 것을.
병원에서 걸려오는 전화는 여전히 긴장되지만, 그 전화가 있다는 건 아직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일은 새해를 축하하는 대신, 조용히 마음을 모으는 하루가 될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좋은 소식이 들려오면 좋겠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