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은 끝났지만 아직 혼수상태라 면회는 불가능..

by Ding 맬번니언

수술은 어젯밤이 아닌 오늘 아침에 진행되었다. 어젯밤, 아마 스티븐은 한숨도 자지 못했을 것이다.혹시나 병원에서 연락을 올수도 있기 때문에 그리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잠자리에 누워 있었지만, 잠은 오지 않았고 시간만 느리게 흘렀다. 눈을 감고 있어도 머릿속은 계속 깨어 있었다. 수술 결과를 기다리다가 아침이 되었고 우리는 수술 경과를 기다렸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소식이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불안을 키웠다. 결국 스티븐과 스티븐의 어머니는 병원으로 가기로 했다. 병원에 도착해 들은 말은 ICU에 계시다는 것이었다.


수술은 끝났지만 아직 혼수상태라 면회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우리는 잠시 더 기다렸지만, 더 이상 그 자리에 머물 힘이 없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고, 다행히 조금 뒤 “깨어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안도의 숨이 나왔다. 내일 아침 9시 이후부터 면회가 가능하다고 했다. 내일은 가족들이 함께 병원에 갈 예정이다. 그 사실 하나로 오늘은 겨우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


누군가가 죽음에 가까워질 때, 사람은 원치 않아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삶의 끝에 대해, 남겨진 사람들에 대해, 그리고 ‘함께 있음’이라는 것의 의미에 대해.

스티븐의 부모님은 손녀 샬롯을 부모 대신 키웠다. 그녀는 지금 영국에 살고 있고, 두 아이의 엄마다. 첫째는 두 살, 둘째는 이제 막 여섯 달이 되었다. 누군가의 인생을 대신 책임졌던 시간이 그들 부부의 삶에 분명히 존재했다.


그래서일까.
이런 상황 속에서도 샬롯이 아직 한 번도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보기 위해 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1월 8일, 아버지의 생일에도 오지 않을것란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그녀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아이 둘을 키우는 삶이 얼마나 버거운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거리와 현실, 책임과 사정이 얼마나 많은 선택을 가로막는지도 안다. 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죽음 앞에서는 늘 ‘충분했는지’를 되묻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충분히 곁에 있었는지,
충분히 안부를 물었는지,
충분히 시간을 나누었는지.


아마도 정답은 없을 것이다.
누군가는 최선을 다했고, 누군가는 최선을 다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 차이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조건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는 그렇게 지나갔다.
기다림과 불안, 그리고 안도 속에서.


내일 아침, 우리는 다시 병원으로 갈 것이다.
말을 나누지 못하더라도,
손을 잡지 못하더라도,
그 자리에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죽음은 아직 문 앞에 서 있을 뿐이지만, 그 문 앞에서 우리는 이미 삶이 얼마나 연약하고, 관계가 얼마나 복잡한지 다시 배우고 있다.


나는 샬롯이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버지의 생신에 함께하지 못한 일도, 위급한 할아버지를 직접 찾아뵙지 못한 순간도 시간이 지나 마음에 오래 남는 기억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누군가를 탓하고 싶은 마음은 아니다. 각자의 삶에는 각자의 사정이 있고, 아이 둘을 키우며 살아가는 하루가 얼마나 벅찬지도 알고 있다. 오지 못한 것이 잘못이 아니라, 지금의 삶이 허락하지 않은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죽음이 가까워질수록, 사람은 이유보다 기억을 더 오래 붙잡게 된다. 그때 왜 오지 못했는지보다, 그 자리에 없었다는 사실만 남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바란다. 샬롯이 언젠가 돌아봤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했다”라고 말할 수 있기를.

그리고 그 마음은, 사실 나 자신에게도 하는 말이다.


나는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하려 한다. 병원에 가고, 기다리고, 곁에 머물고, 말없이 손을 잡아주는 일까지.


모든 순간에 완벽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후회가 남지 않을 만큼은 그 자리에 있으려 한다.


누군가의 삶의 끝자락에서 ‘함께 있었다’는 기억은 남는 사람에게도, 떠나는 사람에게도 가장 단단한 위로가 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오늘도 나는 할 수 있는 만큼,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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