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병원에 들어가면 비용은 거의 들지 않는다

by Ding 맬번니언

스티븐 아버지의 상황은 나에게 아주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사는 것이 정말 ‘잘 사는 것’일까?

우리는 아버지 상태 때문에 스스로를 갉아먹지 않기로 했다. 이미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고 있고, 더 걱정한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선택했다. 지금 상황에서 스트레스 속에서 사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솔직히 말하면, 만약 스티븐의 아버지가 한국에 계셨다면 이미 돌아가셨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감기 같은 기본적인 의료비는 비교적 저렴하지만, 수술이 반복되고 중환자 치료로 들어가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가족에게 돌아간다. 돈의 문제는 결국 치료의 선택지를 줄이고, 그 선택은 생존의 시간을 단축시킨다.


반면 호주는 다르다. 호주는 국립 병원에 입원하면 비용은 거의 들지 않는다. 중환자실, 반복되는 수술, 장기 입원까지 돈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다. 병원비 때문에 죽지는 않는다.


그래서일까. 나는 요즘 이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지금 스티븐 아버지 상태에서 살아 계시는 것이 정말 도움이 되는 걸까? 죽지 못해서 목숨만 붙어 있는 상태로 고통 속에 사는 것보다 삶을 끝내는 것이 좋을까? 이 질문은 잔인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죽음을 앞에 둔 삶을 바라보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마주하게 되는 질문이기도 하다. 의료 기술은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연장이 언제나 ‘삶’일까. 고통을 줄이지 못한 채 시간을 늘리는 것이 정말 인간을 위한 선택일까.


나는 아직 답을 모르겠다. 누가 대신 결정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살아 있다는 사실과 잘 살고 있다는 사실은 같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의 시간을 조금 더 조용히, 조금 더 단순하게 보내기로 했다.


상황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고, 더 억지로 희망을 만들지 않고, 그저 오늘 할 수 있는 만큼만 함께하기로.


스티븐 아버지의 상태는 죽음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삶의 질에 대한 질문을 우리에게 남겼다.

어쩌면 정말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어떤 상태로,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내느냐인지도 모르겠다.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아직 생각 중이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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