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죽음과 휴식 사이에 서 있다.

by Ding 맬번니언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까운 누군가가 죽음에 아주 가까이 있는 상황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


이 경험은 솔직히 말해 낯설고, 그리고 동시에 불편할 만큼 평온하다. 누군가가 죽어간다고 해서 내가 직접적으로 해줄 수 있는 일은 사실 거의 없다. 나는 의사도 아니고, 신도 아니다.

기도를 해도, 걱정을 해도 그 시간을 되돌리거나 고통을 대신할 수는 없다. 그 사실을 머리로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몸으로 받아들이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그래서일까.

휴양지가 주는 평온함을 나는 부정할 수가 없다. 이곳의 공기, 느린 아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들이 오히려 나를 더 솔직하게 만든다.


이게 맞는 걸까, 하고 스스로에게 묻다가도 아니, 이것도 인간이구나, 하고 인정하게 된다.

오늘 새벽 5시, 내가 일 때문에 잊고 설정해 둔 알람이 울렸다.
스티븐, 행복이, 그리고 나.
셋은 거의 동시에 눈을 떴다.

이곳 시간으로 새벽 5시.

호주는 아침 8시였다.


몸이 아직 말레이시아 시간대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는 말없이 알람을 끄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런데 이번에는 스티븐의 전화가 울렸다. 병원이었다.


의사는 조용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말했다. 아버지의 상태가 매우 심각하며 이제 남은 시간은 몇 시간이 될 수도 있고, 길어야 며칠 정도일 수 있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이곳의 평온함은 단숨에 무너졌다. 아니, 무너졌다기보다는 현실이 그대로 덮쳐왔다.


이제 더 이상 ‘위중하다’는 말이 아니라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단계로 들어온 것이다. 나는 그 순간에도 이상하게 생각했다. 내가 지금 이곳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 현실감이 없다는 것을.


햇빛은 여전히 따뜻했고, 파도 소리는 변함없었으며, 행복이는 아직 잠들어 있었다. 삶은 이렇게 잔인할 정도로 자기 리듬을 멈추지 않는다.


나는 지금 죽음과 휴식 사이에 서 있다.
죄책감과 안도감,
무력감과 평온함이
같은 자리에 공존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이 감정들이 모순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은
슬퍼하면서도 숨을 쉬고,
걱정하면서도 햇빛을 느끼며,
이별을 앞두고도 잠시 웃을 수 있다.

그것이 인간이 살아남는 방식이라는 것을.


지금의 이 경험은 좋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아프고, 나쁘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솔직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나는 이 시간을 통해 삶과 죽음이 얼마나 가까이 붙어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제한적인지를 처음으로 몸으로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 이 여행이 끝난 뒤에도 나는 이 새벽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알람 소리와, 전화벨 소리 사이에 놓여 있던 그 짧고 무거운 침묵을.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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