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다른 자리에서 각자가 맡은 사람을 지키고..

by Ding 맬번니언

스티븐은 무사히 하루를 아버지의 병실에서 지켰다. 그리고 나는 무사히 행복이를 지켰다. 우리는 같은 날, 다른 자리에서 각자가 맡은 사람을 지키고 있었다.


행복이와 단둘이 떠난 여행은 오랜만이다. 더더욱 예상하지 못한 여행은 한국 방문을 제외하면 사실상 처음이다. 어제는 우리 둘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리조트에 머물며 수영을 하고, 쉬고, 굳이 의미를 만들지 않는 하루를 보냈다.

가루다 위스누 켄카나

오늘은 반대로 하루 종일 투어를 신청했다.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고, 나 역시 움직이며 하루를 견뎌내고 싶었다.

울루와뚜 사원

멀리 떨어진 호주에서 스티븐은 아버지의 숨을 지켜보고 있고, 나는 발리에서 아이의 하루를 지켜보고 있다.

케착 댄스

스티븐의 아버지는 아직 삶을 포기하지 않으셨다. 상태는 정말 좋지 않다. 의사들도 매일 조심스러운 말을 반복한다. 어쩌면 이것 때문에 스티븐 동생들도 내 글을 읽는 사람들도 지치는 줄 모르겠다.

그런데도 그는 쉽게 삶을 놓지 않는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그의 몸은 여전히 ‘살아 있음’을 선택하고 있다. 나는 그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아직 포기하지 못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행복이와 여행을 와서도 나는 문제집을 꺼낸다. 답안지를 확인하고, 하루에 조금이라도 책을 보게 한다. 여행인데, 휴가인데, 굳이 그래야 하나 싶으면서도 나는 아직 그 손을 완전히 놓지 못한다. 행복이는 ADHD 때문에 집중력이 정말 많이 떨어진다. 그래서 10분이라도 하지 않으면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도 잊어버린다.


아마 그것은 집착이 아니라 붙듦일 것이다. 사랑하는 것을 향한 아직 끝내지 못한 마음.


그래서 나는 병실에 누워 있는 스티븐의 아버지를 떠올린다. 몸은 무너져 가지만 삶을 향한 끈을 마지막까지 놓지 않으려는 사람.


지금의 나는 안다.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남아야 할 이유’를 붙들고 산다는 것을. 누군가는 아들을 기다리며, 누군가는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며.


오늘 우리는 서로 다른 장소에서 같은 마음으로 하루를 건넜다.


지키는 하루.
포기하지 않는 하루.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오늘은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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