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목격한 적이 있는가? 나는 어느 순간부터 미신이나 기적을 믿지 않게 되었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이치일 것이다. 행복이가 이제 산타를 믿지 않게 된 것처럼, 나 역시 세상을 설명할 때 이성으로 이해되는 것만을 믿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어른이 된다.
그런데 이번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설명이 잘 되지 않는다. 스티븐의 형제들이 모두 모였고,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스티븐의 아버지는 조용히 하늘로 떠나셨다. 그는 무려 8일 동안 음식도, 물도 거의 없이 버텼다. 의사들도 설명하기 어려운 시간이었다.
몸은 이미 한계를 넘어섰는데, 그 시간은 이상하리만큼 길게 이어졌다. 나는 그때 생각했다. 아, 이 사람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구나.
아들들을 기다리며, 가족이 모두 모이는 순간을 기다리며, 끝내 사랑하는 아내 곁을 떠날 수 없어 그는 8일을 기적처럼 버텨내셨다.
그리고 정말로 그들이 다 모였을 때 그는 더 이상 버티지 않아도 된다는 듯 떠났다. 고통이 사라진 자리에는 이상한 평온이 남았다. 슬픔은 분명히 있었지만, 혼란은 없었다. 억지로 붙잡던 숨을 이제야 내려놓은 사람처럼 보였다.
나는 여전히 기적을 믿는 사람은 아니다. 미신에 기대고 싶지도 않다. 그런데도 이번만큼은 다른 말을 찾을 수가 없다. 의사도 설명하기 힘든 이건 기적이 아니면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사람이 마지막까지 자신의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 떠나는 순간마저 가족을 향해 맞출 수 있다는 것. 나는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기적이란 하늘에서 떨어지는 무언가가 아니라, 사람이 끝까지 사람으로 남아 사랑을 완성하고 떠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나는 오늘 그렇게 기적의 순간을 보았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