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by Ding 맬번니언

“하기 싫은 것은 하지 말자.” 이것은 오래전부터 내가 붙들고 살아온 신념이다. 살아보니 불편한 자리를 굳이 갈 필요가 없어서 그래서 나는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가까워지면 결국 상처를 주고, 또 받게 된다는 걸 너무 많이 겪어왔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내일 일을 해야 해서 나는 혼자 먼저 멜버른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생각해 보니 참 드라마틱한 휴가였다. 기적을 목격했고, 이별을 마주했고, 삶과 죽음 사이를 여러 번 오갔다.


멜버른에 도착하자마자 저녁 초대를 받았다. 스티븐의 동생들과 어머니가 있는 집이었다. 솔직히 망설였다. 나는 스티븐의 동생들과 가까운 사이가 아니다. 가까워지려고 애써본 적도 없다. 그 불편함을 굳이 넘어서야 할 이유를 나는 늘 만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스티븐의 어머니가 떠올랐다. 남편을 잃은 집. 며칠째 조용히 버티고 있을 사람. 그런 슬픔을 혼자 견뎌야 할 사람을 그냥 두고 싶지 않았다. 나는 결국 마음을 바꿨다.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선택하는 쪽으로. 짐도 풀지 않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차를 몰았다. 가는 길에 꽃다발을 하나 샀다. 말로 다 하지 못할 마음을 조용히 대신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집에 도착하자 스티븐의 동생들이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스티븐과 행복이도 없이 나 혼자 그들을 마주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어색할 거라 예상했던 순간은 생각보다 부드럽게 흘러갔다.

그리고 스티븐의 어머니는 나를 꼭 안아주며 반겨주었다. 그런 그녀를 보고 눈에서 눈물이 흘렸다. 그 순간 깨달았다. 어른이 된다는 건 불편함이 사라지는 일이 아니라, 그 불편함을 감당할 수 있게 되는 일이라는 것을.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겠다는 신념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오늘 나는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할 선택을 하나 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누군가의 밤을 조금 덜 외롭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면 오늘은 충분하다. 그렇게 나는 조금 더 어른이 되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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