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브런치가 조금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by Ding 맬번니언

솔직히 말하면, 브런치가 조금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내 글이 엄청난 화제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내가 그렇게 뛰어난 글쟁이도 아니다.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주제도 아니고, 조회수에 기대를 걸 만큼 자극적인 소재를 쓰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예전처럼 글 한 줄 한 줄에 신경을 곤두세우지는 않는다. 초반의 열정은 분명 식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절대로 놓고 싶지 않은 이유가 하나 있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 그것이 나를 잡아두는 이유 갔다.


나는 신이 아니다.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모른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들이 갑자기 삶에 끼어들어 방향을 바꿔 놓는다. 브런치는 그런 일들을 지나고 나서 숨을 고르고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장소였다.


솔직히 말하면, 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일기보다 조금 더 솔직하고, 조금 더 바깥을 향해 열려 있는 기록이다. 이번 일요일은 미드써머 페스티벌 퍼레이드가 있는 날이었다. 예년 같으면 아무 고민 없이 즐겼을 날이다. 그런데 올해는 분위기가 달랐다. 스티븐은 아버지 장례 준비로 정신이 없다. 돌아오는 금요일 장례식 때문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음악을 고르고, 추도문을 쓰느라 하루가 모자라다. 나는 그냥 올해는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전 만난 31살 동생에게서 문자가 왔다.
“형, 저 지금 세인트 킬다예요.”

그 한 줄 때문에 나는 집을 나섰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이유가 거창할 필요는 없었다. 그냥 그 동생을 다시 보고 싶었다. 세인트 킬다를 함께 걸으며 나는 그에게 주변을 소개해줬다.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워졌다. 나도 한때 저 나이였고, 세상이 크고 낯설고, 동시에 설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동생이 갑자기 이런 말을 했다.

“형, 저는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말을 못 걸겠어요.”

나는 웃었다.


그게 얼마나 익숙한 말인지 알기 때문이다. 나도 그랬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마음에 드는 사람 있으면 내가 도와줄게.”

경험이라는 건,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몇 안 되는 장점 같다. 그 말을 하는 순간, 내가 예전의 나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을 대신해주는 기분이 들었다.


문득 생각했다. 브런치에 처음 글을 쓰는 사람들도 저 동생과 비슷할지 모른다고.


말을 걸고 싶지만 망설이고, 보여주고 싶지만 주저하는 상태. 누군가에게 들키는 것이 두렵고, 동시에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 그것은 브런치 작가들도 비슷한 것 같다.


어쩌면 나도 아직 그 자리에 조금은 남아 있다. 그래서 계속 쓰는 것 같다. 잘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멈추지 않기 위해서.


대단한 글이 아니어도, 나를 기록하는 행위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브런치가 지겨워졌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여기에 돌아오는 이유는 단 하나다.

나는 아직도 나를 이해하려고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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