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기는 카를로스 알카라스와 알렉산더 즈베레프의 경기였다. 초반만 보면 결과는 이미 정해진 것처럼 보였다. 카를로스는 가볍고 강했고, 경기는 빠르게 흘러갔다. 나 역시 쉽게 끝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테니스는 그렇게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었다.
행복이가 테니스를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테니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스포츠 자체보다도 아이가 좋아하는 세계를 이해하고 싶어 졌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다. 그렇게 보게 된 남자 준결승 경기에서, 나는 오랜만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경기”라는 말을 실감했다.
오늘 경기는 카를로스 알카라스와 알렉산더 즈베레프의 경기였다. 초반만 보면 결과는 이미 정해진 것처럼 보였다. 카를로스는 가볍고 강했고, 경기는 빠르게 흘러갔다. 나 역시 쉽게 끝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테니스는 그렇게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었다.
3세트, 4세트에 들어서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카를로스는 부상을 안고 흔들리기 시작했고, 알렉산더는 무너지지 않았다. 이미 밀리고 있었고, 체력도 정신력도 한계에 가까워 보였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점수 하나, 게임 하나를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그 집요함이 결국 경기의 흐름을 바꾸었다.
그리고 마지막 5세트는 정말 대단했다. 그 순간에는 더 이상 ‘우세한 선수’와 ‘열세한 선수’라는 구분이 의미가 없었다. 남아 있는 것은 단 하나,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 누가 끝까지 자신을 놓지 않느냐의 문제였다. 점수판보다 숨소리가 먼저 들리는 경기였다. 나 역시 화면을 보며 무의식적으로 숨을 참고 있었다.
결국 그 긴 싸움의 끝에서 카를로스가 경기를 가져갔다. 마지막 포인트가 끝났을 때, 느껴진 감정은 환호보다도 안도에 가까웠다. 끝까지 해냈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무게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승리로 그는 결승전에 진출했다. 그것도 최연소 기록으로. 하지만 오늘 경기를 보고 나니, 기록보다 더 오래 남는 장면은 따로 있었다. 쉽게 이길 수 있을 것 같던 경기에서 끝까지 흔들렸고, 흔들리면서도 다시 중심을 잡았다는 사실이다.
나는 그 경기를 통해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스포츠에서, 그리고 인생에서 가장 대단한 순간은 언제나 압도적으로 앞설 때가 아니라, 포기해도 될 것 같은 순간을 끝내 지나오는 시간이라는 것을.
사실 나는 스포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경기를 보는 내내 이상하게 지친다. 감정이 흔들리고, 결과에 몰입하게 되고,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간다. 그래서 늘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그냥 보는 것도 이렇게 피곤한데…
그렇다면 직접 경기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수 시간 동안 코트 위에서 자신과 싸우고, 상대와 싸우고, 관중의 기대와 실망 속에서 버티는 사람들. 이미 포기해도 누구도 비난하지 않을 순간에도, 라켓을 다시 쥐고 다음 포인트를 준비하는 그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아마 스포츠의 진짜 이야기는 승패가 아닐지도 모른다.
끝날 때까지 자신을 내려놓지 않는 태도, 이미 힘든 상황에서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마음. 그것이 사람을 움직이고, 보는 사람마저 지치게 만들고, 결국에는 감동하게 만드는 힘일 것이다.
행복이가 왜 테니스를 좋아하는지, 나는 그날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는 그 경기를 본 뒤 연습을 하고 싶어 했다. 그런 행복이를 보고 언제 가는 경기장에서 제대로 경기를 할 행복이를 꿈꿔본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