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버님의 장례식 날이었다. 새벽에 출근해서 일을 하면서 “오늘만은 절대 실수하지 말자”라고 스스로에게 몇 번이나 말했다. 하지만 내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시에 끝내고 싶다는 욕심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다.
세상은 언제나 내 마음대로 흘러주지 않는다는 걸 또 한 번 확인한 날이었다.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와 장례식 갈 준비를 했다. 마음은 무거웠지만 장례식이 끝나고 사람들이 우리 집으로 오기로 되어있어 정신없이 청소를 하고 정리를 했다.
슬픔은 그렇게 일 속에 잠시 묻혔다. 아버님의 장례식은 지금까지 가본 장례식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례식이었다. 완벽했다는 말이 어울렸다. 스티븐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였는지 알 수 있었던 부분이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최고의 장례식이었다”라고 말했다. 나는 아버님께 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이 글을 남긴다.
아버님께
20년 전 스티븐을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님과 어머님을 만났습니다.
그때의 저는 한국 가족에게 상처를 입은 사람이었습니다.
한국 식구들은 내가 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그렇게 제 심장은 산산이 부서진 상태였습니다.
그런 상태로 저는 호주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스티븐을 만나고, 아버님과 어머님을 만나면서 그 조각들이 하나씩 다시 붙기 시작했습니다.
아버님은 저에게 그런 존재였습니다.
조건 없이 저를 받아 준 사람, 한국의 아버지 대신 저를 품어 준 사람.
당신을 잃은 슬픔을 무엇으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슬퍼하는 대신 우리 곁에 남아 계신 어머니를 열심히 돌보겠습니다.
그것이 아버님께 배운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것이다.하지만 내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될것이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