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칠순 여행 계획은 이미 끝냈다.

by Ding 맬번니언

나는 직업 특성상 휴가를 미리 계획해야 한다. 그래서 올해 휴가도 이미 대충 윤곽이 잡혀 있다. 3월 8일, 우리는 20주년 기념으로 몰디브에 간다. 작년에 미리 예약해 둔 여행이다. 지금 같은 조건으로 가격을 보니 거의 두 배가 되었다. 우리가 가는 일정도 하루 백만 원이 넘는 비용이었는데, 지금은 하루 이백만 원 수준이다.

그때 예약한 내가 조금은 기특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하반기 휴가도 미리 정하고 싶었다. 엄마 칠순이 12월 14일이다. 그래서 한국 여행 계획은 이미 끝냈다. 휴가 승인도 받았고, 비행기표도 예매했다. 확정된 일정 하나가 주는 안정감은 생각보다 크다.

문제는 다른 가족과 함께 가는 여행이었다. 저렴한 비행기표가 나와서 휴가를 미리 잡고 싶었다. 나는 생각이 서면 바로 움직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계속 이야기를 꺼낸다. 그렇게 지금까지 미리 여행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번에는 멈춰 서게 되었다.


두 가족에게서 같은 답을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확답을 못 하겠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세상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다니엘 형 가족은 당장 4월 비행기표도 못 샀다. 돈이 없어서다. 들어갈 돈이 이리저리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든 가족들이 자금의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9월 여행을 미리 계획할 수 있겠는가.

닉은 회사에서 잘린 상태다. 생계가 흔들리는 순간에 여행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사치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당연하게 여기는 ‘계획’이 누군가에게는 부담이고, 누군가에게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미래라는 것을.


세상사람들은 모두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준비할 수 있는 위치에 있고, 누군가는 버티는 위치에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밀어붙이지 않기로 했다. 같이 가면 좋고, 못 가도 괜찮다.


여행보다 중요한 건 사람이 무너지지 않는 것이다. 휴가는 다시 만들 수 있지만 사람의 사정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살아보니 인생이 그런 것 같다. 계획대로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 같다. 그리고 나는 모든 것을 계획할 수 없음을 이번기회에 배웠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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