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브런치에서 ADHD를 가진 한 작가님의 글을 읽었다. 그 글을 읽는 동안, 그동안 이해되지 않던 많은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하나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그 작가님은 자신을 “다른 별에서 온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처음엔 조금 과장된 말처럼 느껴졌는데, 글을 다 읽고 나니 이상할 정도로 정확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받아들이는 사람. 같은 규칙 속에 있지만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사람. 어쩌면 ADHD라는 것은 단순한 집중력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 자체가 다른 것일지도 모른다.
행복이를 떠올렸다.
겉으로 보면 잘하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열심히 하지 않는 아이처럼 보인다. 노력하지 않는 아이처럼 보인다. 그런데 나는 안다. 행복이는 게으른 아이가 아니다. 오히려 마음속에서는 누구보다 잘하고 싶어 한다. 다만 그 마음과 행동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하나 있는 것 같다. 그 벽의 이름이 집중력이다.
거의 모든 면에서 그렇다. 숙제를 할 때도, 운동을 할 때도, 친구들과 놀 때도. 시작은 좋다. 누구보다 빠르게 몰입하는 순간도 있다. 그런데 그 상태를 오래 유지하지 못한다. 마치 전기가 갑자기 꺼진 것처럼, 어느 순간 힘이 빠진다. 주변 사람들은 그 변화를 이해하지 못한다. “아까는 잘하더니 왜 갑자기 저래?”라는 시선이 따라온다. 그 시선 속에서 아이는 더 작아진다.
그나마 테니스는 다르다. 테니스 코트 위에 있을 때의 행복이는 조금 덜 오해받는다. 몸을 계속 움직여야 하고, 공을 끝없이 따라가야 하는 스포츠라서 인지 그 순간만큼은 집중이 이어진다. 그래서 나는 안다. 만약 이 아이의 집중력이 조금만 더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문제는 능력이 아니라 지속성이다. 재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유지하는 힘이 부족한 것이다.
오늘 풋살 경기에서도 그 장면이 그대로 반복됐다.
행복이는 경기 초반에 한 골을 넣었다. 팀 분위기가 살아났고, 아이들은 서로 소리를 지르며 기뻐했다.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행복이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어떻게 하다가 허벅지를 다친 것 같았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그 이후로 움직임이 눈에 띄게 줄었다. 뛰어야 할 순간에도 한 박자 늦었고, 공을 따라가야 할 때도 망설였다. 몸보다 먼저 마음이 멈춘 것 같았다.
그 순간부터 경기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거의 뛰지 않았다. 벤치에 앉아 있는 아이처럼 보일 정도였다. 행복이는 그 팀의 중심이다. 공격이든 수비든,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행복이를 기준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중심이 흔들리자 팀 전체가 같이 흔들렸다. 결국 경기는 5대 1로 졌다. 점수 차이보다 마음이 더 무거웠다. 나는 결과보다 그 과정이 계속 머릿속에 남았다.
사람들은 아마 단순히 이렇게 말할 것이다.
“집중을 좀 하지.”
“마음이 약해서 그래.”
“의지가 부족한 거 아니야?”
하지만 오늘 읽은 글 덕분에 나는 안다. 그것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아이는 이미 충분히 애쓰고 있다는 것을. 겉으로 보이지 않는 싸움을 매 순간하고 있다는 것을.
ADHD를 이해한다는 것은 아이를 변명해 주는 일이 아니다. 아이의 행동 뒤에 있는 구조를 이해하려는 시도다. 왜 이 아이는 이렇게 반응하는지, 왜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아이들과 다른 선택을 하는지, 그 이유를 찾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이해가 쌓일수록 나는 조금 덜 화가 나고, 조금 더 기다릴 수 있게 된다.
행복이는 다른 별에서 온 아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별은 결코 고장 난 별이 아니다. 단지 우리가 아직 그 별의 언어를 완전히 배우지 못했을 뿐이다. 부모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아이를 지구인으로 억지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그 별의 언어를 배우는 일인지도 모른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틀리더라도, 계속 번역해 보는 일. 오늘은 그 첫 문장을 조금 이해한 날 같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