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미니와의 첫 데이트.

by Ding 맬번니언

오늘 나는 처음으로 새로운 시도를 했다.


스티븐 어머니(시어미니)와의 데이트.

20년 가까이 그녀와 그녀의 가족을 알고 지냈지만, 스티븐 가족 중 누군가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상하게 긴장이 됐다. 처음이기 때문일 것이다.


괜히 말 한마디를 더 조심하게 되고,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녀는 늘 밝은 사람이다. 내가 만나본 사람 중 가장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말해도 과장이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좋은 점을 찾는다. 가끔은 현실의 부정적인 면을 받아들이지 못해 문제가 될 정도로 낙관적이다. 그만큼 빛이 많은 사람이다. 처음이지만 오늘은 생각보다 편했다. 내가 사람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면이 있기는 하다.


우리가 한 일은 단순했다.
쇼핑센터에 가서 그녀의 네일을 손보는 것. 나는 그저 옆에 앉아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단순함이 지금의 그녀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그녀에게 알츠하이머가 진행 중이다. 그녀는 대부분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이제는 단어조차 잘 떠오르지 않는다. 말이 중간에 멈추고, 표정이 잠시 길을 잃는다.


그럴 때 나는 그녀의 눈을 본다. 그 안에는 여전히 같은 사람이 있다. 다만 표현하는 길이 조금씩 흐려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옆에 있어야 한다.


말이 끊어질 때 이어주고, 기억이 흐릿해질 때 기다려주고, 불안이 올라올 때 손을 잡아줄 사람.

오늘은 내가 그 사람이었다.


네일을 마치고 우리는 점심을 먹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식당에 가서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을 주문했다. 메뉴를 고를 때 잠시 머뭇거렸지만, 맛을 보는 순간 표정이 환해졌다.


그 표정을 보며 생각했다.


기억은 희미해져도 좋아하는 감정은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나는 오늘 그녀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었다. 그녀가 젊었을 때 어떤 사람이었는지, 스티븐은 어떤 아이였는지, 그녀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지.


대화는 매끄럽지 않았지만, 마음은 충분히 이어져 있었다. 20년 동안 나는 이 가족의 일원이 되어왔다. 하지만 오늘은 처음으로 누군가의 곁에 ‘책임 있게’ 앉아 있었다.


불편함을 뛰어넘어 조금 더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알츠하이머는 무섭다.
사람을 조금씩 지워버리는 병이니까.

하지만 오늘 나는 알았다.


기억이 흐려져도 존재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녀는 여전히 밝았고,
여전히 웃었고,
여전히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오늘은 작은 데이트였지만, 아마 오래 기억에 남을 하루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도 자주 우리는 우리만의 데이트를 즐길 것이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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