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행복이에게 주고 싶은 것은 기회다.

by Ding 맬번니언

우리는 행복이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래서 중학교도 사립학교로 보내려고 한다. 이 결정은 하루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다. 집에서 가까운 5 학교 투어를 다니며 교정을 보고, 설명을 듣고, 아이들의 표정을 살피면서 조금씩 마음이 기울었다.

이번 투어 중 한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레즈비언 가족으로 보이는 부모가 아이와 함께 설명을 듣고 있었다. 한국에서라면 그런 장면을 볼 확률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호주에서는 가끔 이런 풍경이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다가가서 “우리도 게이 가족이에요, 반가워요”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냥 서로를 자연스럽게 스쳐 지나간다. 여기 호주에서는 게이, 레즈비언 가족끼리 특별하게 대하지도, 과하게 반응하지도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되었다. 존재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사회다.


이제 우리는 몇 개 학교에 지원할 계획이다. 한 곳당 500불의 신청료를 내야 한다. 3곳 정도 지원하고, 만약 확답을 받지 못하면 남자학교 두 곳에 추가로 지원할 생각이다. 학교 지원서를 쓰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단순히 학교를 고르는 일이 아니라, 아이의 환경을 설계하는 일이라는 것.


사립학교 학비는 연간 5천만 원에 가깝다. 그래서 우리는 행복이가 좋아하는 스포츠 테니스를 중점적으로 보았다. 학비는 적은 돈이 아니다.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금액도 아니다. 하지만 투어를 다니면서 느꼈다. 그 돈이 단순히 ‘공부’에 대한 비용이 아니라는 것을.


아이는 사립학교에 다니면서

다양한 활동,
스포츠 시설,
예술 프로그램,
넓은 네트워크,
그리고 무엇보다 경험의 폭.


나는 아이에게 “결과”를 사주고 싶은 게 아니다. 내가 행복이에게 주고 싶은 것은 기회다. 물론 이것은 내 욕심일 수 있다. 더 좋은 환경에서 자라게 하고 싶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지게 해주고 싶다.


하지만 동시에 이것은 책임이기도 하다. 나는 이 아이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사람이다. 특히 우리가 선택해서 부모가 된 만큼, 그 선택에는 더 많은 준비와 책임이 따른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이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성공을 보장해 줄 수도 없다. 하지만 최소한 기회는 줄 수 있다. 그 기회를 어떻게 쓸지는 결국 아이의 몫이다.


나는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게 아이를 위한 선택인가, 아니면 내 불안을 달래기 위한 선택인가.


아마 둘 다일 것이다.


부모의 결정에는 항상 사랑과 불안이 함께 섞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믿고 싶다. 기회를 넓혀주는 선택은 아이를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더 크게 보여주는 일이라고.


내년에 꼭 사립학교에 보내겠다는 생각은 단순한 욕심이 아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최소한의 기회는 주는 것.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또 새벽에 일어난다.


우리가 선정한 5 학교


1. 헤일리베리

헤일리베리는 특히 동양 가정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학교다. 다른 학교들에 비해 학업 진도가 약 1년 정도 빠른 편이며, 공부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학생이 적지 않은 압박을 느낄 수 있다. 의사나 변호사처럼 경쟁이 치열한 전문직을 꿈꾸는 아이를 둔 가정에게는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학교인 것 같다.


2. 세인트 레너즈 칼리지

세인트 레너즈 칼리지(St Leonard’s College)는 우리가 가장 선호하는 학교다. 이 학교에는 교직원 중 게이와 레즈비언을 포함한 LGBTQ+ 구성원들을 위한 전용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다양성과 포용성을 실제로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3. 세인트 마이클스

세인트 마이클스 그래머 스쿨(St Michael’s Grammar School)은 우리가 알아본 다섯 곳 중 가장 규모가 작은 학교다. 학업 성취보다는 예술 교육에 더 중점을 두는 분위기이며, 규모는 가장 작지만 다섯 학교 중 학비는 가장 높은 편이다.


4. 콜필드 그래머

콜필드 그래머 스쿨(Caulfield Grammar School)은 우리가 알아본 학교들 중 학업과 예체능을 균형 있게 모두 갖춘 유일한 학교다. 특히 학교 안에 테니스 코트가 있어, 테니스를 좋아하는 행복이에게는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5. 웨슬리 칼리지

웨슬리 칼리지(Wesley College)는 테니스를 집중적으로 지도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 우리 가족에게 가장 강하게 어필하는 학교다.



사립학교라고 모든 것을 완벽하진 않았다. 강점과 단점을 판단하고 아이에게 맞는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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