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유난히 길게, 끈질기게 내렸다.
하늘도 무겁고, 마음도 무거웠다.
그런데 오늘은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았다.
아침에 창문을 열었을 때, 나는 먼저 하늘을 확인했다.
맑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비는 없었다.
비가 오지 않기를 바란 이유가 있었다.
오늘은 스티븐 아버지의 수목장을 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어제와는 다르게 날씨가 부드러웠다.
햇빛이 강하지도, 바람이 거세지도 않았다.
마치 누군가가 우리를 위해 하루를 정리해 놓은 것처럼.
아버님이 좋은 날을 만들어주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집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곳으로 향했다.
차 안은 조용했다.
각자의 생각이 각자의 방식으로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수목장을 시작했다.
진행자는 우리에게 양말을 벗어보라고 권했다.
땅과 직접 닿아보라고 했다.
그 순간 나는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곧 양말을 벗고 맨발로 땅을 밟았다. 차가운 흙의 감촉이 발바닥에 전해졌다.
땅과 연결되면, 아버님과도 조금은 더 가까워질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스쳤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아버님의 재를 땅속에 넣었다. 한 사람씩 돌아가며 흙을 덮었다. 흙이 재 위로 조용히 쌓여갔다. 마지막으로 물을 부었다. 물은 천천히 스며들었다. 흙과 섞이고, 사라지고, 자리 잡았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생각했다.
사람은 결국 땅으로 돌아가는 존재라는 것.
형태는 사라져도, 존재는 다른 방식으로 남는다는 것.
스티븐은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어깨가 조금 더 무거워 보였다. 나는 그 옆에 조용히 서 있었다.
20년 동안 나는 이 가족의 일부로 살아왔다.
그리고 오늘,
나는 이 가족의 슬픔 속에도 함께 서 있었다.
이별은 늘 갑작스럽고, 마음은 완전히 준비되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은 정리된 하루였다.
비가 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우리는 위로를 받았다.
땅을 밟고,
흙을 덮고,
물을 부으며,
우리는 작별을 했다.
그리고 아마도, 그와 조금은 연결되었다.
https://youtu.be/GhIQX079gKw?si=6vxyZJ5POKKuWWNc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