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스티븐 엄마를 위해 내 시간을 온전히 썼다. 하루를 거의 그녀에게 맞추어 움직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피곤하기보다 마음이 편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때때로 생각보다 큰 만족을 준다. 오늘 그녀는 케어 플랜을 받았다. 케어 플랜이라는 것이 나에게도 익숙하다. 나는 당뇨 때문에 정기적으로 케어 플랜을 받고 있다.
케어플랜이 있으면 메디케어를 통해 1년에 5번까지 Allied Health(물리치료, 발검사, 영양사 등) 비용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녀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나이가 들면서 필요한 관리, 몸 전체를 점검하고 앞으로의 생활을 준비하기 위한 계획이었다.
우리는 간호사를 만났고, 의사도 만났다. 그들은 한결같이 같은 말을 했다.
“전반적인 검사가 필요합니다.”
눈 검사, 청력 검사, 발 상태 점검, 전체적인 건강 상태를 하나씩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순간 화가 났다. 자식이 셋이나 있는데 왜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아직 정리되어 있지 않았을까. 나는 사위다. 사위도 자식이라고 할 수 있지만 솔직히 상놈의 자식들이 셋이나 있으면서 이런 중요한 것들을 아무도 먼저 챙기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움직였다. 오늘 당일 눈 검사 예약을 잡고, 청력 검사도 예약하고, 발 검사 일정도 정리했다.
한 가지씩 정리하다 보니 내 하루가 전부 그녀를 위해 흘러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행복했다. 왜냐하면 그녀가 너무 고마워했기 때문이다.
작은 일 하나에도 “정말 고맙다”라고 여러 번 말했다. 그 감사가 진심으로 느껴졌다. 그녀는 이런 정성스러운 대접을 받아 보지 못했을 것이다. 호주는 개인주의다. 자기 일은 스스로 돌보아야 한다.
오늘 또 하나 아쉬운 일도 있었다. 나는 물리치료 3회 무료 지원 종이를 그녀의 물리치료사에게 건네주었다.
그녀는 어제 이미 물리치료를 받았고 150불을 냈다고 했다. 만약 이 종이를 하루만 더 일찍 받았다면 50불만 내면 되었을 것이다. 100불을 아낄 수 있었는데 그 생각을 하니 괜히 마음이 쓰였다. 이것도 내가 그녀와 직접 확인했다.
어제 내가 영화만 보지 않았더라면 조금 더 빨리 챙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다. 그래도 앞으로는 이런 부분까지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녀에 자식 놈들 보다 그녀를 더 챙기기로 마음먹었다.
몰디브에서 돌아오면 치과 검사도 받을 계획이다. 연세가 들수록 치아 하나도 삶의 질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간호사는 다음 약속 일정도 알려주었다. 나는 바로 휴대전화에 그녀의 약속들을 하나씩 저장해 두었다.
이제는 누군가 기억해 주어야 하는 나이가 된 것이다.
이름을 잊고,
단어를 잊고,
약속을 놓치기 쉬운 나이.
그래서 누군가 옆에서 대신 기억해야 한다. 오늘 하루를 보내며 다시 느꼈다. 돌봄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예약을 잡아주고,
종이를 챙기고,
시간을 기록하고,
함께 병원에 앉아 있는 일.
결국 그런 작은 일들이 한 사람의 삶을 지탱한다. 그리고 나는 오늘 그 작은 일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그녀를 다른 식구들 대신 챙기기로 마음먹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