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이 부모를 충분히 도와주지 못하는 이유는... 호주에서 상놈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은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다. 어쩌면 삶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오늘 나는 시어머니의 발 검사에 함께 가기로 되어 있었다.
예약 시간은 오전 11시였다.
원래는 일을 마치고 바로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은 일이 예정보다 한 시간 늦게 끝났다.
그 한 시간이 생각보다 크게 느껴졌다. 그래서 함께할 수 없었다. 인생을 살다 보면 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일이 끝나고 몸은 이미 피곤했고, 머리는 쉬고 싶었다. 그래도 집으로 돌아와 간단히 12시에 아침을 먹고 곧바로 시어머니를 모시고 안경점으로 향했다.
눈 정밀 검사를 1시 30분으로 예약해 두었기 때문이다. 검사를 마치는 동안 옆에서 기다렸다.
설명을 듣고, 다음 절차를 확인하고, 필요한 내용을 대신 기억했다. 끝나고 나니 어느새 늦은 점심시간이 되었다.
시어머니는 식사를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오늘은 그녀가 좋아하는 식당을 찾아갔다. 조금이라도 잘 드셨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좋아하는 음식을 앞에 두니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그 모습을 보며 시간을 쓰는 일이 헛되지 않다고 느꼈다.
점심 후에는 잠깐 쇼핑도 했다.
다음 주부터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는데 제대로 된 운동화가 없었다. 그래서 신발 한 켤레를 골랐다.
나이가 들수록 신발 하나도 중요하다. 발이 편해야 몸이 덜 힘들고, 몸이 덜 힘들어야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니 벌써 행복이를 픽업할 시간이었다. 잠시도 쉬지 못하고 곧바로 아이를 데리러 갔고, 이후에는 치과 정기 검진까지 이어졌다.
그렇게 하루가 흘러갔다.
정신없이.
돌아보니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한 번도 제대로 쉬지 못한 하루였다.
오늘은 계속 누군가를 위해 움직였다.
일을 하고,
예약시간을 맞추고,
운전하고,
설명 듣고,
기다리고,
챙기고,
또 이동했다.
남을 돌보는 것은 좋은 일이다.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알게 되었다.
피곤하다. 정말 피곤하다.
좋은 일을 한다고 해서 몸이 덜 힘든 것은 아니다.
자식들이 부모를 돕지 않는 이유를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사랑이 없어서가 아니라, 각자의 하루를 버티는 것만으로도 이미 벅차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유가 없는 것은 아닐까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은 시간이 남아서 하는 일이 아니다.
내 시간을 잘라내어 내 체력을 나누어 쓰는 일이다. 오늘 나는 그 사실을 몸으로 배웠다.
그리고 동시에 생각했다.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한다.
힘들어도,
피곤해도,
누군가 옆에 있어야 하는 순간이 있다.
오늘은 내가 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오늘 밤은 조금 일찍 쉬어야겠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