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데 시어머니가 집에 오셨다.

by Ding 맬번니언

부모와 자식 사이는 정말 모든 것이 다 괜찮을까. 두 사람 사이는 선이 없는 것일까? 행복이를 키우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내가 “다 너를 위해서”라고 말하며 사실은 내 기준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대로 너무 내려놓는다고 하면서 필요한 순간에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도대체 어디까지가 맞고 어디서부터 과한 것인지 부모가 되면 늘 경계가 흐려진다.


잘하고 싶어서 하는 행동인데 지나고 나면 그것이 아이에게 부담이었을까 고민하게 된다. 특히 ADHD를 가진 아이를 키울 때는 더 그렇다.


같은 말을 여러 번 해야 하고, 작은 일도 쉽게 끝나지 않고, 감정을 다스리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그래서 어느 날은 내가 아이를 이끌고 있는지, 아니면 감정에 끌려가고 있는지 스스로도 헷갈린다.


그런데 문득반대로 부모님도 그랬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도 처음 부모였을 것이다.


정답을 알고 키운 것이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믿으며 하루하루 지나왔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이해되지 않았던 순간들 속에도 그들 나름의 두려움이 있었을지 모른다.


어제 일요일호주로 돌아왔다. 여행은 끝났고 바로 일상이 시작되었다. 나는 오늘 새벽 근무가 있었다. 시차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몸은 분명 피곤했지만 출근은 해야 했다. 그래야 다음 여행도 갈것이다.

휴가를 대신 설명해주는 사진속 집 풍경

그런데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행복이도 새벽 2시에 깼다. 배가 고프다고 했다. 그래서 라면하나를 끓였다 한밤중 부엌에서 둘이 라면을 나누어 먹었다. 조용한 시간이었다. 조금 비현실적이기도 했다.


새벽 두 시에 부모와 아이가 같이 라면을 먹는 풍경. 하지만 시차가 있으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행복이를 혼내는 대신 아이를 다시 재우고 나도 잠깐 눈을 붙였다.


그리고 출근했다.


피곤했지만 사고 없이 일을 끝내고 돌아왔다. 사람들의 안전이 달린 문제이기에 피곤해도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몸보다 먼저 마음이 움직인다. 그렇게 초 집중을 해서 일을 하면서 집에 돌아가면 쉬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집에 오니 스티븐어머니가 와 계셨다.


우리 보고 싶어서 오셨다고 했다.


여행 사진을 보여드리며 여행 이야기를 했다. 몰디브 리조트 사진도 보여드리고 상어 이야기, 바다 이야기, 행복이가 물놀이한 이야기도 했다. 그녀는 즐거워했다. 그런데 동시에 집에 오래 머물고 싶어 했다.


그 순간 솔직히 마음이 복잡했다.


나는 쉬고 싶었다.


몸은 이미 한계에 가까웠다.


누군가가 집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완전히 눕지 못하는 느낌이 있다.


편하게 쉬는 것이 쉬는 것이 아닌 상태.


좋은 마음과 피곤함이 같이 존재했다.


도와드리고 싶고 잘해드리고 싶지만 내 안의 에너지는 이미 많이 소진되어 있었다.


그래서 또 생각했다.


부모도 늙고, 자식도 나이를 먹는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부모를 이해하는 일과 내 삶을 지키는 일이 같이 필요해진다.


무조건 잘하는 것도 어렵고, 무조건 참는 것도 어렵다.


결국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왜 힘든지를 스스로 아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야 억울함보다 이해가 조금 더 남는다.


그리고 아마 부모 자식 사이도 그렇다.


모든 것이 다 괜찮아서 이어지는 관계가 아니라, 괜찮지 않은 순간도 지나가기에 계속 이어지는 관계인지도 모른다.


얼마 전 브런치에서 한 작가님의 “노년은 외롭다”라는 글을 읽었다. 그리고 오늘 그 문장이 유난히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몸은 피곤했고, 솔직히 오늘 나는 쉬고 싶었다. 새벽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날이었고, 시차도 아직 남아 있었고, 집에서는 혼자 조용히 눕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런데 눈앞에 시어머니가 이였다. 처음에는 마음 한쪽에서 피곤함이 먼저 올라왔다. 내가 쉬어야 하는데, 왜 오늘일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하지만 얼마 전에 읽은 그 글이 떠올랐다.

노년은 외롭다.

그 문장을 떠올리고 나니 조금 다르게 보였다. 어쩌면 그녀는 정말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을 것이다. 하루 중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큰 의미일 수 있다.


그래서 힘들지만 조금 더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사진 이야기를 더 하고, 몰디브 바다 이야기를 더 하고, 상어와 수영한 이야기도 했다. Maldives에서 본 바다를 설명하니 그녀는 마치 함께 다녀온 사람처럼 웃었다.


대화를 이어갈수록 그녀의 표정이 점점 밝아졌다. 많이 행복해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 순간 피곤함과는 다른 감정이 생겼다.


사람은 결국 누군가에게 시간을 내어 주는 것으로 작은 위로를 만들기도 한다는 생각. 그래서 다음 약속도 잡았다. 이번 주 수요일에 다시 만나자고, 다음에는 어디를 같이 가자고.


그리고 그녀를 집까지 모셔다 드렸다. 돌아오는 길에 조용히 생각했다. 어쩌면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거창한 효도보다 피곤한 날에도 잠시 앉아 그분들에 이야기를 들어주는 시간으로 이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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