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몇 시에 미팅이 있는지 스티븐에게 전화를 걸었다.
“12시야.”
짧은 대답이었지만, 그 한마디가 오늘 하루의 중심이 되었다. 나는 다시 일을 이어갔고, 퇴근하자마자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학교로 향했다. 차 안에서 스티븐이 말했다.
“오늘 선생님께 물어볼 거야. 내 생각에는 행복이가 6학년을 반복해야 할 것 같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 행복이가 천재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 년 반이나 뒤처졌다는 말은 내 기준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행복이를 가르쳤는데 아직도 그렇게 못할 수가 없다. 한국이라면 그럴 수 있지만 호주에서는 받아 드릴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이번 미팅에서 행복이 상태를 확인해 보자. 그리고 행복이 미래를 결정하자”
그리고 우리는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미팅은 기본적인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출석, 태도, 학교 생활.
형식적인 이야기들이 지나간 뒤 본격적으로 행복이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스티븐은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말했다. 작년에 들은 이야기 때문에 6학년을 한 번 더 해야 하는 가능성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그 말을 듣고 올해 담임 선생님이 바로 말했다.
“행복이는 그렇게 뒤처져 있지 않습니다.”
그 한 문장이 오늘의 분위기를 바꿨다. 선생님은 차분하게 설명했다. 산수는 평균 수준이고, 읽기는 조금 뒤처져 있지만 올해 연습하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안에 쌓여 있던 긴장이 풀렸다. 우리는 미팅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나는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내 말이 맞았어.”
솔직히 나는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행복이는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 입장에서는 지원이 필요한 학생이라는 기준이 유지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평균 이상의 결과는 오히려 애매해진다. 그렇게 매년 자신의 성적보다 낮은 평과를 받아왔다.
하지만 내년에 행복이는 더 이상 국립학교로 진학하지 않는다.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학교도 굳이 낮은 기준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 정부 지원을 받을 필요가 없다. 결국 내 예상이 맞았다. 그렇다고 해서 행복이가 공부를 잘한다는 뜻은 아니다.
여전히 평균 수준이다.
그래서 나는 도움이 필요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학교 의견에 동의하고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고 스티븐은 내 말 보다 그들의 말을 믿었다. 현실을 인정하는 것과 아이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와 스티븐은 정말 기뻤다. 적어도 6학년을 다시 해야 한다는 부담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내년 사립학교 입학만 준비하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오늘은 충분히 행복한 하루였다.
오늘 행복이는 테니스 수업이 있는 날이다. 강사님이 웃으면서 말했다.
“오늘 유독 잘하네요. 정말 많이 늘었어요.”
그 말을 듣고 나는 다시 한번 느꼈다. 아이의 성장은 한 방향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
공부는 느릴 수 있지만, 다른 곳에서는 분명히 더 자라고 있었다. 나는 요즘 행복이를 보면서 하나를 배운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 것이 결국 변화를 만든다는 것.
빠르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는 것이다. 오늘은 그 사실을 다시 확인한 하루였다. 그래서 나는 아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모두 너무 빨리 무언가를 포기하지 말자.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