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복권에 당첨된 사람일까.

by Ding 맬번니언

애들레이드에 사는 제이에게 연락이 왔다.

“형, 혹시 환전 좀 도와줄 수 있어요?”


나는 물었다.

“너 학교 수업 시작했어?”

“아직 몇 주 남았어요.”

“그럼 요즘 뭐 하고 지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청소 일하고요.
하루는 집주인아저씨 물리치료 겸 운동 도와드리고 있어요. 그리고 다음 달부터는 물리치료 보조 일 시작해요.”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일 엄 청 많이 하네. 야, 그럼 너 부자겠다?”


잠깐의 침묵.


그리고 제이가 말했다.

“형… 그럼 제가 형한테 환전 부탁하겠어요?”


그 말에 나도 웃음을 멈췄다.

“왜, 많이 힘들어?”

“네…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그래서 한국에 있는 여동생한테 돈 좀 빌렸어요. 그걸 호주 돈으로 바꾸려고 연락한 거예요.”


나는 조용히 물었다.

“그래도 열심히 하고 있네.”

“열심히는 하는데요 형… 아무리 벌어도 다 나가요.”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아서 물었다.

“어디로?”

“집값이요. 그리고 음식, 생활비… 그냥 사는 데 다 들어가요.”


그 말이 마음에 걸렸다.

‘사는 데 다 들어간다.’ 남는 것이 아니라 버티기 위해 쓰는 돈.


잠시 침묵이 흐르고 제이가 말했다.

“형은 진짜… 복권 당첨된 사람처럼 사는 거예요.”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무슨 복권이야.”

그런데 제이는 진지했다.

“형은 몰디브도 가고, 하고 싶은 것도 다 하면서 살잖아요. 그것이 복권 당첨 된 사람들의 삶이죠.”

그 말에 나는 대답을 바로 하지 못했다. 머릿속에 Maldives 바다가 스쳤다. 그리고 내가 지나온 시간들도 함께 떠올랐다.


나는 말했다.

“나도 그냥 버티면서 사는 거야.”

하지만 그 말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알고 있었다. 삶이 제이보다는 조금의 여유가 있다는 것을. 여행을 계획할 수 있는 여유, 가끔은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여유.


그 여유가 누군가에게는 ‘복권’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것 알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단순히 돈을 생계를 위해 버는 사람이 아니라 내 돈으로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던 것이라는 것을.


전화를 끊고 나는 한참을 생각했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같은 나라에 있어도, 같은 나이에 있어도, 누군가는 여유를 고민하고 누군가는 생계를 고민한다.


나는 지금 어디쯤에 서 있는 사람일까.

20주년으로 몰디브를 다녀오고, 틈틈이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하고 싶은 것을 조금씩 하며 사는 삶. 그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닿기 어려운 삶일 수도 있다는 것.


그래서 오늘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나는 복권에 당첨된 사람일까. 아니면 버티면서 여기까지 온 사람일까.


아마 둘 다일 것이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누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것. 그리고 이 여유를 잃지 않기 위해 계속 살아가는 것. 그게 지금 내가 해야 할 일 같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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