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 조용히 쉬고 있었다. 잠시 피로를 내려놓듯, 익숙하게 포트나이트 게임을 켰다. 화면 속에서는 빠르게 움직이는 캐릭터들이 있었지만, 내 몸과 마음은 그와는 다르게 느리게 가라앉고 있었다.
그때였다.
설명하기 어려운, 아주 미세한 기척이 집 안 어딘가에서 스며들 듯 느껴졌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다. 집이라는 공간은 때로 혼자 있어도 완전히 혼자인 것 같지 않은 순간들을 만들어내곤 하니까.
하지만 그 기척은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나를 조용히 부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게임을 멈추고, 헤드셋을 벗었다. 순간 집 안의 공기가 다르게 느껴졌다. 익숙한 공간이 낯설게 느껴지는, 그 짧은 순간.
방에서 나와 고개를 돌렸을 때 그곳에 시어머니가 계셨다.
나는 순간 당황했다. 분명 오후 3시에 그녀가 있는 곳으로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아직 12시도 되기 전에 그녀가 내 집에 와 있었기 때문이다. 놀란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머리를 예쁘게 하고 오신 모습이 10년은 젊어 보였다. 그리고 또 하나는 예상하지 못한 깜짝 방문이다.
“무슨 일이에요?어머니”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는 말했다.
“운전을 하려고 하는데 핸들을 돌릴 수가 없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어제 일이 떠올랐다. 내가 차를 주차하면서 바퀴 방향을 제대로 맞추지 않았던 것이다.
그게 그녀에게는 큰 어려움이 되었던 것이다. 한 가지를 배웠다.
우리는 바로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차 안에서 또 하나의 문제가 생겼다.
“일어나보니, 전화기가 없어.”
그녀가 말했다.
그 한마디로 오늘 하루의 방향이 완전히 바뀌었다. 우리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전화기를 찾기 시작했다.
거실,
주방,
침실,
서랍을 열고,
가방을 뒤지고,
소파 밑까지 확인했다.
자동차 안도 다시 보고, 그녀가 최근에 다녀왔던 곳까지 하나씩 떠올리며 찾아봤다.
시간은 계속 흘렀고, 나는 점점 지쳐갔다.
결국 전화기는 찾지 못했다. 하루가 그렇게 지나갔다. 무언가를 했지만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하루.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음이 조금 허전했다. 그리고 몸은 많이 피곤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하루가 의미 없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전화기 하나가 세상과 연결되는 전부일 수도 있고, 그것을 함께 찾는 시간이 그 사람을 지켜주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아무것도 찾지 못했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나는 그녀 곁에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오늘 가장 중요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