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터 일요일이다. 호주는 이스터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온몸이 무겁고, 기운이 없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래도 몸살감기에 걸린 것 같았다. 이럴 때는 그냥 가만히 누워 있고 싶은데, 오늘은 그런 날이 아니었다. 이스터라서 우리는 시어머니와 스티븐 아이들을 집으로 초대해 두었다.
이미 약속된 자리였고, 준비도 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몸이 좋지 않은 상태로 하루를 시작했다. 점심시간이 되었고 우리는 함께 식사를 했다.
스티븐이 5시간 동안 정성스럽게 양고기를 조리했다. 오랜 시간 천천히 익힌 고기. 그 덕분에 고기는 정말 부드럽고 깊은 맛이 났다.
그 한 입이 오늘 하루를 조금은 버틸 수 있게 해 주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사람들과 함께 앉아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또 다른 의미로 따뜻했다.
이런 날이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한 컨디션이 아니어도,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아도, 그냥 함께 있는 것.
오늘은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조금 채워진 하루였다. 이런 날도 삶의 일부인 것 같다.
그렇게 점심시간을 보내고 나는 오후를 온전히 비워두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침대에 누워 몸을 맡겼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기로 했다.
조금은 게으르게, 조금은 느리게. 그 시간이 필요한 날이었다. 생각해 보면 쉬는 것도 선택이다. 계속 움직이는 것보다 멈추는 것이 더 어려운 날도 있다.
하지만 다시 한 주를 시작하려면 이런 멈춤이 필요하다. 일을 하면서 배웠다. 컨디션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을
억지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쉬어주는 것.
그래야 다시 힘을 낼 수 있으니까. 오늘의 쉼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다시 나아가기 위한 준비였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