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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ng 맬번니언 Dec 01. 2023

갑자스러운 작별

감정 다스리기

어른이 되면 슬픔을 표현하거나 느끼는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친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저와 할머니는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제가 감정이 풍부한 성격으로 처음으로 의식하지도 못하는 눈물이 자꾸 뺨을 타고 흘러나오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때는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슬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즉흥적인 감정 표현은 신기하면서도 저에게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습니다.


부모님과 친척들은 제가 너무 많이 우는 것을 이해하지 못해 할머니와의 친밀한 관계가 없으면서 왜 이렇게 서럽게 우는지 저를 걱정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슬픔은 각자의 방식으로 다루는 것이며, 감정은 각자 다르게 표현될 수 있습니다. 제가 그 순간에 눈물을 흘리는 것을 선택한 것은 당시 제 안의 감정을 처리하는 유일한 방법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감정에 조금 솔직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제 외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정말 슬폈지만 친할머니가 돌아가실 때처럼 울지 못했습니다.  외할머니를 생각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공항에 갈 준비를 했습니다. 6시에 출발하여 7시에 도착해서 8시 비행기를 타고 시드니공항으로 갔습니다. 비행기 안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도 각자이야기와 사연을 가지고 비행기에 탑승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른이 되고 나니 제 감정만 챙기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렇게 시드니에 도착 엄마는 혼자 시드니 국제공항에서 서울로 돌아가야 합니다. 저는 11시 비행기를 타고 멜버른으로 돌아왔고, 돌아와서도 바로 출근을 했습니다. 그런데 일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무렇지 않은 두 사람(스티븐과 행복이)을 상대하기가 솔직히 벅찼습니다. 외할머니의 서거로 인한 슬픔은 아직 깊게 느껴지는데, 주변의 일상은 계속되고 있어서 그 간극이 느껴지는 것입니다.

출근(간단한 샌드위치로 점심)을 하고 일을 해야 하고 다음 주에 스티븐이 해외 출장을 가야 해서 외할머니의 장례에 참석하지 못해 정말 슬프네요. 이런 상황에 죄 없는 스티븐과 행복이에게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제 기분이 지금 딱 아무에게나 화를 내고 싶은 그런 감정입니다. 그런데 엄마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10시간 동안 얼마나 슬플지 생각하면, 제가 힘들고 슬픈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른이 되면서 감정을 다루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자신의 감정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상황과 감정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감정을 표현하고 다루는 것이 더 복잡해집니다. 학생 때처럼 감정에 따라 울고 웃고 그럴 때가 좋았다는 것을 어른이 되어서야 더욱 명확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서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고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감정을 더 잘 이해하고 다룰 수 있게 되며, 이러한 경험들은 저를 더 강하고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시켜 줄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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