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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한국 식구들과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by Ding 맬번니언

오늘은 행복이의 축구 마지막 경기 날입니다. 내년 시즌이 시작될 때까지 경기가 없으니, 이번이 한동안의 마지막 경기입니다. 경기 후에 행복이 팀을 관리하는 매니저가 자신의 집으로 사람들을 초대했습니다. 처음엔 가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솔직히 아직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게 겁이 납니다. 스티븐과 저, 우리 가족에 대해 그들이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저를 이상하게 생각할지 모른다는 불안이 자꾸 마음에 걸리거든요.

이런 걱정을 할 때마다, 그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항상 한국의 가족들이 떠오릅니다. 저희 가족은 온전히 저를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특히나 중심에 있는 건 엄마 같습니다. 이번에 스티븐과 함께 한국과 일본을 여행할 계획인데, 엄마는 큰누나 가족에게 그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결국 저는 누나들에게 스티븐과 함께 가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통화도 자주 하지 않게 되었어요. 엄마는 여전히 제가 게이라는 사실을 창피하게 여기시고,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그냥 조용히 한국에 와서 있다가 돌아가라는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점점 한국 식구들과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저는 어떻게 사람들을 만나는 데 떳떳할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자신 있게 나설 수 있을까요. 그저 두려울 뿐입니다. 이 두려움은 제가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고, 마음속 깊은 곳에 슬픔을 남깁니다. 저희 엄마처럼 제가 있는 그대로의 저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에 많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늘 저를 움츠러들게 만듭니다. 스스로를 인정받지 못하는 그 느낌이, 너무나 무겁게 저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족에게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못한 경험이, 낯선 사람들과 마주할 때마다 저를 불안하게 하고 두려움에 빠뜨립니다. 오늘 행복이의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저는 여전히 이런 감정들 속에서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호주에서 스티븐과 행복이를 포함한 새로운 가족과 함께 살아가며, 조금씩 한 발짝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과거의 상처와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저를 지지해 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제 옆에 있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됩니다. 그들의 응원 덕분에 저는 점점 더 용기를 내고, 자신을 조금씩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아요.


오늘도 행복이의 축구팀 매니저 집에서 행복이 친구들의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처음에는 두렵고 긴장되었지만, 조금씩 마음을 열고 다가가 보니 그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이렇게 작은 한 걸음들이 더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 같아요. 낯선 사람들과 마주하며 저도 조금씩 성장하고, 제 안에 남아 있는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저 역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저를 둘러싼 세상과 더 많이 연결될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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