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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ng 맬번니언 Nov 02. 2024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결국 학교 앞에서 울음

이번 앨범 제작은 스티븐이 지나가는 말로  "우리 여행을 기념하는 앨범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행복이가 태어나기 전, 저는 사진 앨범 만드는 것을 정말 좋아했어요. 그래서 한국과 일본 여행을 기념하기 위해 다시 앨범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리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한 장 한 장 보면서 어떤 사진을 선택하고 배열할지 계획을 세우는 과정이 제게는 무척 즐거운 일입니다. 단, 시간이 많이 든다는 점이 조금 부담스러워요. 사진 하나를 선택하고 배치하는 데만도 신중히 고민하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더라고요. 하지만 이렇게 작업하다 보니, 스티븐의 60번째 생일 앨범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리하여 앨범이 하나둘 늘어나며 해야 할 일들도 자연스럽게 더 많아졌습니다.

매년 만들던 앨범 작업을 멈추게 된 이유는 행복이가 태어나고,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시간적으로 여유가 부족해졌기 때문입니다. 행복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비교적 시간이 많아 앨범 제작에만 집중할 수 있었는데, 아이가 생기고 직장 생활을 하게 되면서 매일 다양한 일들을 해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예전처럼 앨범 제작에만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이제는 일상에서 여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일이 현실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래도 이렇게 오랜만에 다시 앨범 작업을 시작하면서, 한 장 한 장 사진을 보며 즐거운 추억을 돌아볼 수 있는 것이 참 소중하고 기분 좋은 일임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달 24일 행복이 생일 선물로 10주년 생일 파티 사진을 모아서 앨범을 만들고 있습니다.

행복이 생일 케익들

저는 요즘 앨범을 만들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앨범을 만들고 사진을 고르며 정리하는 일은 저에게 큰 즐거움과 만족감을 줍니다. 그리고 이 점은 행복이도 저와 비슷한 것 같아요. 행복이도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몰입하고 행복을 느끼는 아이거든요. 문제는 제가 어른으로서 해야 할 일이 있고,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멈췄다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지만, 행복이는 지금 포켓몬 카드에 푹 빠져 있어 다른 일에 집중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듯해요. 학교에서도 온통 포켓몬 카드 생각만 하는 것 같아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얼마 전 행복이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행복이가 수업 중에도 친구들과 포켓몬 카드 이야기를 나누고, 선생님의 지시를 무시한 채 카드를 교환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이 이야기를 듣고, 며칠 동안 포켓몬 카드를 학교에 가져가지 못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은 카드를 가지고 가지 못하도록 했었죠. 그런데 오늘 아침, 행복이가 몰래 가방에 카드를 숨겨 놓은 걸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에 걸어가는 길에서 가방 있는 화장지가 필요해서 가방을 확인하다가 카드가 있는 걸 알게 되었고, 결국 행복이에게서 카드를 빼앗았습니다. “이번 주 동안은 절대 카드를 학교에 가져갈 수 없단다,”라고 말하며, “이건 너를 위한 거야”라고 단호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행복이는 제 말을 이해하는 듯했지만,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결국 학교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마음이 아팠지만, 아이의 습관을 고쳐주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오늘은 부모로서 마음을 단단히 먹고, 행복이에게 단호하게 이야기해야 했습니다. 행복이가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는 모습은 보기 좋지만,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도 키우길 바라는 마음에 이번에는 조금 엄격하게 대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어요. 우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약해질 수도 있지만, 가끔은 아이의 성장을 위해 단호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지금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자신을 더 잘 조절하고 균형을 잡아 나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금 이 순간은 힘들 수 있지만, 결국은 행복이를 위한 길이라는 믿음으로 오늘 하루를 보냈습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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