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ing 맬번니언 Dec 10. 2024

“내 아이에게 이런 일이 왜?

행복이가 ADHD 진단을 받고 약을 먹기 시작한 지 어느덧 일주일이 흘렀습니다. 처음에는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니,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내 아이에게 이런 일이 왜?”라는 마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작은 변화들이 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약을 먹고 난 뒤, 행복이는 조금 더 집중하는 듯했습니다. 학교 숙제를 할 때 그토록 어려워 보이던 모습이 한결 나아졌고, 친구들과의 놀이 시간도 좀 더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제게 이런 변화는 마치 조용히 내리는 첫눈처럼 느껴졌습니다. 작은 기적처럼요. 그럼에도 제 마음속 어딘가는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약의 효과를 눈으로 보면서도, 받아들이는 일은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습니다. "정말 이 길이 맞을까? 행복이가 스스로 잘 해낼 수는 없을까?"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솔직히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행복이를 위해 마음을 열기로 결심했습니다. 약이든, 치료든, 더 나은 환경이든, 행복이를 돕는 모든 수단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요. 아이를 위한 선택이 제게는 두려움으로 다가왔지만, 그 두려움 속에서도 분명한 것은 하나였습니다.


행복이는 제 삶의 가장 큰 기적이고, 저는 그 기적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

행복이가 ADHD라는 이름표를 달고 살아가야 한다고 해서 그가 부족한 아이는 아닙니다. 오히려 그가 세상에 줄 수 있는 특별한 빛을, 저는 더 빛나게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그렇기에 오늘도 제 마음속에서 조금씩 불안감을 덜어내고, 용기를 더하고 있습니다.


행복이를 통해 제가 배운 가장 큰 교훈은, 우리가 무엇을 잃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만들어갈 수 있는가를 바라보는 힘입니다. 이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이제 막 시작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행복이와 함께하는 여정은 비단 그 아이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이 여정에서 제가 배운 것은 제 자신을, 그리고 우리 가족의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법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는 약을 들고 행복이에게 말합니다. "행복아, 아빠가 너를 응원해."

행복이는 저를 통해 성장하고 있지만, 저는 행복이를 통해 삶을 배우고 있습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