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아침, 행복이와 나는 손을 잡고 학교로 걸어가고 있었다. 학교 가는 길은 늘 그렇듯 이야기꽃이 피는 시간이다. “아빠, 시사회에서 본 ‘소닉 3’ 진짜 재밌었어! 근데 우리 반 애들이 나를 안 믿어.” 나는 순간 걸음을 멈추고 행복이 얼굴을 바라보았다. “왜?” 행복이는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찰리라는 애가 자기는 소닉 4편도 봤대. 내가 미리 ‘소닉 3’ 본 거 말하니까 갑자기 더 이상한 말을 하는 거야. 그렇게 애들이 내 말을 안 믿어.”
초등학교 4학년 남자아이들 사이에서 허풍이 심하다. ‘내가 더 많이 봤다’, ‘내가 더 많이 안다’는 식의 자랑질이 이어지는 교실에서 행복이는 억울해 죽을 지경이었다. 아니, 진짜로 ‘소닉 3’를 두 주나 일찍 봤다니까! 시사회를 갔다는 건 행복이의 진실이었지만, 친구들에게는 그저 또 하나의 허풍으로 들렸던 것이다.
그래서 학교에 도착하자 행복이는 조심스럽게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빠, 나랑 같이 학교에 들어가면 안 돼? 학교에 들어와서 친구들에게 말해줘” “그렇게 하자” “응. 사진을 보여줘야 돼. 아빠, 증인이 필요해.”
나는 행복이의 말에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흔쾌히 함께 교실로 향했다. “그래, 진실을 밝혀주러 가자!” 행복이는 나를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사진 보여줘.”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시사회’에서 찍은 사진을 꺼내 보였다. 대형 화면에서 상영 중인 소닉 캐릭터들, 행복이와 나의 환한 웃음이 담긴 인증사진.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짜다! 와, 행복이 대박이다!”
그렇게 나는 행복이를 지지해 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유는 바로 어제의 사건 때문이었다. 출판사 관계자와 연락이 닿아, 내가 힘들게 쓴 글 두 편을 보냈다. 그런데 그분이 처음에 한 말은 예상 밖이었다. "혹시 자서전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용으로 쓰신 건가요?"
그분의 말에 나는 순간 멈칫했다. 이어 그분은 "요즘 같은 시대에는 유명한 사람의 자서전조차 잘 읽히지 않습니다. 솔직히, 매리트가 없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나름 심혈을 기울여 기획한 두 편의 글이 잘못되었다는 평가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분은 내 글을 다시 쓰는 게 좋겠다고 조언하면서, 자신의 글쓰기 강의에 참석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긴 시간 글을 쓴 나의 노력과 열정이 단번에 평가절하된 기분이었다. 물론 그분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닐지 몰라도, 내 글의 가치를 처음부터 부정당한 듯한 느낌에 속이 상했다. 글쓰기란 원래 이렇게 냉정한 세계인 걸까. 하지만, 실망과 상처를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깨달았다. 이게 글쓰기의 과정이고,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순간이구나. 어쩌면 이 기회를 통해 나 자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
행복이의 친구들이 행복이의 말을 믿지 않았던 것처럼, 나도 나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 빠지고 싶지는 않다. 행복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증명하기 위해 나를 믿고 의지했듯, 나도 나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내 글이 아직 부족할 수 있고, 누군가에게 평가절하될 수도 있지만, 그 자체가 나의 노력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여전히 성장하는 과정에 있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말하며, 다시 한번 내 글을 다듬고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내가 나를 믿지 않으면, 아무도 나의 이야기를 진짜로 믿어줄 수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