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가 저녁 식사를 하던 중 제게 말했습니다. 말투는 담담했지만, 눈빛에서는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담임선생님과 함께한 1년은 행복이에게 참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매 순간 다정하고 친절하셨던 선생님은 행복이뿐만 아니라 반 친구들 모두에게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그날 밤, 저는 행복이와 함께 선생님께 드릴 선물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가장 특별한 마음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지 생각하며, 저녁 식사 후 하루 종일 선물을 고민하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행복아, 선생님만을 위한 티셔츠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행복이의 눈이 반짝였습니다. "좋아요! 근데 제가 디자인해도 돼요?" "그럼, 당연하지. 이건 선생님을 위한 선물이니까 네 마음을 그대로 담아 보자."
행복이는 선생님이 좋아하시는 밝은 보라색(선생님 이름)과 파란색(학교) 글자를 선택하고, 선생님을 떠올리며 스티커를 고르기 시작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티셔츠 앞면에는 선생님과 함께했던 추억을 상징하는 작은 스티커로 디자인을 꾸몄습니다. 뒷면에는 커다란 하트와 함께 행복이의 진심이 담긴 스티커를 선택했습니다.
티셔츠가 완성되었을 때, 행복이는 매우 만족스러운 얼굴로 티셔츠를 바라보았습니다. "정말 멋져요! 선생님도 좋아하실 거예요." 그런데 행복이는 문득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습니다. "아빠, 저도 제 티셔츠를 만들어 보면 안 돼요?" 저는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오늘은 선생님만 생각하자. 다음에 우리도 특별한 날에 다시 오자, 알겠지?" 행복이는 아쉬운 듯했지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이와 함께 옷을 만들던 중 문득 제게 뼈아픈 조언을 해주셨던 분이 떠올랐습니다. 그분은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죠. "영 씨가 쓰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독자가 읽고 싶은 글을 써야 합니다."
맞습니다. 오늘 행복이가 선생님 선물을 준비하러 갔다가 결국 자신의 옷을 만들고 싶어 했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저 역시 그동안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써왔던 것은 아닐까요? 행복이가 선생님을 위한 티셔츠를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티셔츠를 원했던 것처럼, 저도 독자에게 의미 있는 글보다는 스스로 만족하기 위한 글을 썼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저만의 티셔츠가 아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행복이가 직접 옷을 제작했듯, 저도 제 책을 직접 만들어 보기로요. 솔직히 제 독자는 극소수입니다. 대중적이지 않죠. 그렇기에 자가 출판에 대해 알아보고 여러 방법을 고민하다가 전자책 출판으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책을 만드는 과정은 마치 행복이가 선생님을 생각하며 티셔츠를 디자인한 것처럼 제 이야기에 진심을 담는 일이 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전자책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전자책은 무료로도 제작이 가능합니다. 대중적인 출판사 기획 출판보다 제 입장에서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비록 시작은 소박하고 작을지라도, 제 글이 한 사람에게 작은 울림이라도 줄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 믿습니다. 그렇게 저는 또 한 번 성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