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곳에서 다시 숨을 쉬기까지

1. 아무도 몰랐다.

by sikK audio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나는 항상 아픈 친구들과 같은 반이거나 짝이었다.
장애가 있거나, 특별 관리가 필요한 친구들이 내 옆자리로 배정되었고,
선생님들은 “네가 좀 도와줘야지”라며 당연하다는 듯 내게 그 역할을 맡겼다.

나는 그 부탁을 거절한 적이 없었다.
물건을 들어주고, 말을 대신 전해주고,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땐 대신 설명도 해줬다.
착한 아이가 되고 싶었고, 그것이 옳은 일이라 믿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시선은 달랐다.

“쟤는 왜 맨날 이상한 애 옆이야?”
“쟤도 문제 있는 거 아냐?”

그런 말들은 웃음 섞인 속삭임으로 시작됐지만,
곧 조롱이 되었고, 조롱은 따돌림으로 이어졌다.
나는 점점 교실 구석으로 밀려났고,
‘왜 나만?’이라는 질문은 ‘그냥 내가 이상한가 보다’라는 체념으로 바뀌어 갔다.

그렇게 매년 반복되는 소외 속에서,
나는 조용히 참고 견디며 고등학생이 되었다.

이번엔 다를 거라고 믿었다.
새로운 학교, 새로운 친구들, 새로운 시작.
하지만 그 기대는 입학 한 달도 되지 않아 무너졌다.

입학 초, 나는 학교 선도부 선배들에게 불려갔다.
교문 근처 외진 골목.
그들은 내게 담배를 쥐어주고 말했다.

“피워. 지금 안 피면, 넌 진짜 X된다.”

겁에 질린 나는 그들이 시키는 대로 따라야 했다.
그리고 그 장면을 교사가 목격했다.
결국 나는 흡연 학생으로 학교에 신고되었다.

나는 모든 걸 사실대로 말했다.
강제로 피웠고, 선배들이 시켰다고.
그래서 학교폭력으로 정식 신고도 했다.

하지만 학교는 단 한 번도 내 말을 믿지 않았다.

“그 선배들이 그럴 리 없다.”
“너 혼자 이상한 얘기를 하고 있다.”
“문제는 네 태도야.”

그날 이후, 나는 학생이 아닌

‘모범생들에게 누명을 씌우는 사람’이 되었다.
주의 학생으로 분류된 것도 아니었고,
생활기록부에 특별히 기록된 것도 없었다.


나는 수업 대신
학생부에 불려가 모든 선생님들에게 취조당했다.

하루에도 여러 번 교무실을 옮겨 다니며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받았다.
목소리는 점점 떨렸고,
숨이 가빠졌고,
손발이 차가워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눈앞이 하얘지더니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나는 발작을 일으켰다.

그 순간에도
누구도 나를 일으켜주지 않았다.
누군가는 나를 바라봤고,
누군가는 그냥 지나쳤다.

그리고 발작이 멈추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질문이 이어졌다.

"그 선배들이 담배를 쥐여줬다고? 정말 그랬어?"
"거짓말은 안 돼. 네가 피운 건 맞잖아."

그때 나는 깨달았다.
나는 더 이상 학생이 아니었다.
사람도 아니었다.

그날 이후,
나는 사람이 무서워졌고
학교가 두려워졌고
숨을 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워졌다.

그게
내 공황장애와 우울증, 대인기피증의 시작이었다.

결국,
입학 두 달 만에 나는 자퇴했다.
책상 위에 자퇴서를 올려놓던 순간,
내 감정은 이미 바닥 아래에 있었다.

슬프지도, 분하지도, 후련하지도 않았다.
그저… 무감각했다.

학교폭력은 흔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흔한 이야기 하나가,
한 사람의 삶 전체를 병들게 만들 수도 있다.

그리고 아무도 몰랐다.
나는 그 일을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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