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곳에서 다시 숨을 쉬기까지

2. 세상은 더 이상했다

by sikK audio


학교를 그만두면,
적어도 괴롭히는 사람은 없어질 줄 알았다.
매일 아침 등교의 공포도,
복도에서 마주치는 시선도,
이유 없는 지목과 조롱도
이젠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학교를 떠난 다음 날부터,
나는 또 다른 벽 앞에 서 있었다.

아무도 내게 묻지 않았다.
“괜찮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힘들었겠다”는 말은 단 한 번도 듣지 못했다.

대신 사람들은 말했다.
“자퇴했다고?”
“너 원래 그런 애였어?”

"어린애가 이시간에 학교 안가고 왜 여기있어"

그 말은
이해도, 공감도 아니었다.
그저 나를 선 너머로 밀어내는 말 같았다.

학교 밖의 시선은
학교 안보다 더 무관심했고,
때로는 더 잔인했다.

나는 열일곱에
‘학생’이라는 이름을 잃었다.
그리고 동시에
사회에서도, 또래들 사이에서도
설 자리를 잃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했지만,
어리다는 이유로 거절당했고,
불량학생일거라는 이유로
손가락질도 당했었다.

시간은 남아도는데
갈 곳은 없었고,
돈은 필요한데
일할 수는 없었다.

집에 있으려니 눈치가 보이고,
밖에 나가자니 목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불 속에서
핸드폰 화면만 멍하니 들여다보다가
배터리가 닳으면 다시 눕고,
잠이 오지 않아도
그냥 눈을 감았다.

그렇게 보내는 하루가,
이틀이 되고
한 달이 되고
계절이 바뀌어도
아무도 내게 묻지 않았다.

“너, 괜찮니?”라고.

세상은
학교보다 더 차가웠다.
적어도 학교에서는
내가 어디 있어야 할지는 정해져 있었으니까.

2014년 5월 16일 그때에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
학생도, 직장인도, 아무것도 아닌 열일곱.
나는 그렇게
세상 속에서 투명인간처럼 떠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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