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문을 두드리다
하루가 이틀이 되고,
한 달이 지나고,
내가 자퇴했다는 사실마저
기억에서 잊혀질 즈음.
나는 점점 무너지고 있었다.
밤낮은 뒤바뀌었고,
식사는 두 끼도 버거웠고,
문밖으로 나가는 일이
너무나 큰 용기를 요구했다.
심장은 이유 없이 뛰었고,
숨은 자주 막혔고,
조금만 큰 소리에도
몸이 굳고 눈앞이 하얘졌다.
경기를 일으키며 발작하듯
몸이 떨리는 날이 많아졌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조용히 청심환을 내밀었다.
나는 그것을 삼키며
하루를 견뎠다.
정확히 어떤 병인지도 모르고,
그저 무너져가는 나를
진정시키는 데 급급했다.
그러던 어느 날,
외삼촌이 엄마에게 말했다.
“학교 안 다니는 애들 도와주는 센터가 있어.
요즘은 그런 데도 잘 돼 있더라. 심리상담도 해주고 검정고시 공부도 도와준다 하니 보내봐”
나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거절하지도 못한 채
며칠을 그렇게 흘려보냈다.
하지만 결국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걸
그 무기력한 침대 위에서 알게 되었다.
그래서 찾아봤고,
마음의 문을 수십 번 닫았다 열다 하며
조용히 센터 문 앞에 섰다.
센터는 생각보다 시끌벅적 했고,
의외로 아무도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선생님들은 내 이야기를 끊지 않았고,
어떤 말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처음이었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준 것.
그리고
그 이야기에 “그럴 수도 있어요”라고 말해준 순간.
그 말 한마디에
이상하게도 눈물이 났다.
울려고 간 게 아니었는데,
울지 않으려 해도 눈물이 났다.
그날 이후,
나는 매일 센터로 갔다.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무언가 대단한 걸 해낸 것도 아니었다.
그저,
조용히 앉아 있을 수 있는 자리.
누군가 “오늘도 잘 왔어요”라고 말해주는 공간.
그 한마디면
숨을 쉴 수 있었다.
무너진 사람에게 필요한 건
정답이 아니었다.
이해도, 조언도 아니었다.
그저, 앉아 있을 수 있는 한 자리.
그 자리를 통해
나는 아주 조금씩
다시 살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