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곳에서 다시 숨을 쉬기까지

4. 내가 먼저 꺼낸 이야기 "소리"

by sikK audio


센터에 다닌 지 얼마쯤 되었을까.
여전히 낯선 건 많았지만
숨을 참지 않고 앉아 있을 수 있는 날이 늘어났다.

그날은 상담실에서
평소보다 조금 더 말을 많이 했던 날이었다.

“저, 중학교 때 밴드부 했었어요.
기타 좀 치고…
교회에서도 찬양팀 했었고요.”

상담 선생님은
내 말을 끊지 않았고,
끝까지 듣고 난 뒤
잠시 미소를 지었다.

“혹시, 밴드 다시 해보고 싶어?”
나는 고개를 숙였다.
당장은 자신이 없었지만,
그 질문이 고마웠다.

며칠 뒤,
센터 밴드 동아리 형이 내게 말을 걸었다.

“얘기 들었어. 기타 친다며?자리 하나 남았는데, 같이 해볼래?”

그건 생각보다 조용한 권유였고,
억지스럽지 않았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이
내가 다시 누군가에게 ‘불린 날’이었다.

이름도 아니고,
번호도 아니고,
‘기타 칠 줄 아는 친구’로서.

센터 지하 음악실.
작은 앰프 소리, 마이크에 울리는 소리,
기타 줄에 손을 얹을 때의 행복함.

그건 행복이라는 감정을 다시 깨우는 일이었다.

형들은 내 연주를 기다려줬고,
조금 틀리면 웃었고, 때로는 그냥 가만히 들어줬다.

그 누구도 나를 평가하지 않았다.

나는 그곳에서
소리가 주는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내가 숨 쉬는 방식이 되었고, 나는 다시 ‘나’를 만났다.

그날 이후,
나는 매일 센터에 갔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내가 가고 싶어서.

그 공간에서 나는 버텨야 해서가 아니라
행복하고 싶어서 음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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