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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인생 첫 책이 나왔다...

<퇴직, 새로운 시작!>

by 최코치
작가는 무슨... 그냥 저자(著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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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기다리던 인생 첫 책이 나왔다.


회사의 예고 없는 해임 통보로 잘 나가던 '대기업 전무'가 하루아침에 '퇴직자'로 전락해 버린 나의 지난 1년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 기록이다. 아직 작가라는 호칭을 듣기에는 민망함이 앞서는 수준이라 그냥 책의 저자(著者)인 것이 마음이 홀가분한 것 같다.


혹시 회사와의 관계에 불편함이 생길까 하는 우려에 책에서는 깊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마지막 2년간의 회사생활은 그전까지 26년간 청춘을 불살랐던 나의 사랑이 완전히 돌아선 '부정(否定)의 세월'이었다. 이전에 겪어 보지 못했던 황당함과 절망의 시간들로 가득차 있었다.


그래서일까? 예고 없는 해임 통보에 나의 감정들은 미쳐 날뛰듯 여러 갈래로 널뛰었고, 좀처럼 마음을 잡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글쓰기였다. 순간순간 치밀어 오르는 감정들을, 하루하루 일어나는 생소한 일들을 글로 옮겨 적어 놓고 보면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정리되고 진정이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메타인지(metacognition)'의 활용이 극대화되는 작업이 글쓰기가 아닐까 이제는 이해를 하게 된 것 같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알아차림(awareness)'이 반복되면서 지난 1년이 깊은 부정(否定)의 계곡에서 새로운 희망과 열정의 봉우리로 치달아 간 것이라 생각이 된다.




작가에 도전할 꿈을 꾸다

이제 글을 쓰는 일이 일상의 한 부분이 된 듯하다. 아직은 흰 백지의 공간을 대할 때마다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지만, 내가 최근에 일상에서 하는 일 중, 유일하게 집중하는 시간이 바로 글 쓰는 시간이기도 하다. 좋아한다는 반증(反證)이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의 '몰입(Flow)'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글 쓰는 일은 내가 일상에서 하고 있는 일 중 유일하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는 일이 되었다.


최근 인생 후반전 내가 살고 싶은 몇 가지의 '정체성'을 정리해 보고 있다. 그중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것이 '글 쓰는 나'가 아닐까 생각이 된다. 공부하고, 성찰하고, 사유한 것을 글로 정제하여 표현하고, 이를 익명의 동지(同志)들과 공유한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인 일이라 생각된다. 글로 돈을 벌 능력은 없어 보인다. 아니, 그럴 생각은 없다. 그냥 좋아해서 쓰고, 나누어 보면서 또 한 번 더 좋으면 된다.


올해가 가기 전에 두 번째 책을 낼 계획이다. 경영의 구루 피터 드러커가 말했다고 한다. 자신의 인생은 60 넘어서부터 황금기였다고... 이왕 시작한 일 힘이 없어질 때까지는 해보려 한다. 얼굴을 알지는 못하지만 뜻을 같이하는 많은 글 쓰는 동지(同志)들이 있기에 힘들거나 외롭지는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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