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할 게 없는 어른...
요즘 아침, 저녁으로 지하철을 이용하여 퇴임임원 사무실을 나가고 있다. 아직은 회사에서 제공해 준 차량이 있긴 하지만, 작년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얼마나 편리하고 좋은지를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더 솔직하게는 사무실이 있는 건물의 지하주차장 입구가 너무나도 어려운 난코스인 탓에 매일 오르내릴 자신이 없어 차를 놔두고 간다.
오늘 아침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우연히 보게 된 보호벽 유리에서 '2024년 지하철 공모작'의 당선작인 시 한 편이 눈에 들어왔다.
성년
최성경(2024 시민공모작)
버스에 오른 순간 띡
지하철 환승할 때 띡
성인이 되었다는 증표인데
왜 마음은 허전할까
두 음절이 듣고 싶어
띡 하나뿐인 소리는 너무 외로운 걸
띠디딕 - 어린이입니다
띠딕 - 청소년입니다
띡 -
그래 나는 이제
특별할 게 없는 어른이야
"나는 특별할 게 없는 어른이야..." 마지막 구절은 짧은 순간 내 마음 깊숙이 훅~ 꽂히는 느낌이었다. "특별할 게 없는..." 어쩌면 '지금의 나를 훔쳐보고 말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순간 몸을 숨기고 싶은 부끄러움이 짧은 시간이지만 나를 엄습해 왔던 것 같다. 아직도 많은 회사의 동료나 후배들은 '무슨 무슨 임원, 실장, 본부장, 부사장...' 듣기에도 화려해 보이는 수식어를 이름 앞에 붙이고 멋있게 사는 것 같은데, 나는 백팩 하나를 메고, 이마의 땀을 손으로 닦으며,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생각하니 그 마지막 구절이 마음에 꽂혀 버리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현재(現在)의 중요성
하지만, 나는 지금 현재의 생활 속에서 많은 즐거움을 누리고 있고, 나름 행복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모든 일을 대부분 평일에 할 수 있는 시간적 자유, 훨씬 늘어난 가족들과의 시간, 전쟁 같은 회사의 하루하루 일상을 벗어나 많은 부분 내가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업무들,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언제든 할 수 있는 정신적 여유...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 번씩 찾아오는 과거의 영광스러운 시간들에 대한 기억이 현재의 나의 모습에 투영될 때쯤이면 조금은 위축되고, 작아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울러, 열심히 준비하고는 있지만, 앞으로 남은 시간에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확실하지 않은 희미한 미래가 엄습해 올 때는 불안한 마음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왜 이처럼 인간은 늘 이런 불만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사는 것일까?"
생각해 보면, 과거 그 어느 때도 당시의 현재의 모습에 만족해하며 살았다는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단 한 번도 당시의 현재를 만족해하며 산 기억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 같다.
켄 윌버를 만나다...
대학원 수업시간에 듣게 된 켄 윌버, 그는 미국의 철학자이자 심리학자, 영성 이론가이다. 그의 대표적 업적은 '통합 이론(Integral Theory)'으로 불리며, 심리학·철학·과학·종교 등 다양한 지식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포괄적인 메타이론의 연구자로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다.
"과거는 현재의 기억 속에 있고, 미래는 현재의 기대 속에 있다. 과거와 미래 어느 것도 실체가 없으며, 오직 현재만이 영원하다..."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가 있을까? 얼마나 많은 연구와 고민을 하고, 그 정리된 생각을 이렇게 멋지게 정제된 표현으로 해 낼 수가 있었을까?
그렇다. 생각해 보면 항상 '생각'이라는 행위를 하고 있는 당시에는 '현재'만이 존재할 뿐이다. 현재 속에서 과거도 떠올리게 되고, 미래도 예측해 볼 뿐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게슈탈트 코칭'에서도 늘 고객의 문제를 '지금-여기(Here and now)'로 가져와서 치유를 한다.
게슈탈트는 모양, 패턴, 형태, 전체 등을 뜻하는 독일어입니다. 즉, 개별 요소 하나 하나보다, 그것들이 모여진 전체 구조, 패턴이 더 중요하게 인지된다는 심리학관점입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사람을 볼 때 눈, 코, 입 하나하나 보지 않고, 전체 얼굴로 인지하는 것과 같습니다.
게슈탈트의 개념은 "개인은 세상과 연결되어 하나의 전체로 존재한다"고 봅니다. 그런점에서 게슈탈트 코칭은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습니다.
게슈탈트 코칭이란 고객이 인지하지 못했던 전체 맥락, 패턴을 "지금-여기"에서 알아차리도록 도움으로써 새로운 선택과 변화, 자신에 대한 수용과 존중을 이끄는 접근이다.
[출처] 게슈탈트 코칭이란? [작성자] 함께 꿈꾸는 별코치
과거는 지나갔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나는 지금 현재 속에 있다. 이제 Simple하게 생각해야겠다. 지금 현재의 의미를 마음 깊이 새기며 모자람 없이 충실하게 살겠노라고...
#켄 윌버 #게슈탈트 코칭 #과거 현재 미래 #통합이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