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초등학교 적응기 2편
지난 글: 8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사립초등학교 적응기 1편)
첫째가 다니는 사립초등학교는 영어중점 초등학교로 동네에서 유명했다. 하지만 그 당시 영어 방과 후 문제가 두드러졌던 시기였고, 모든 초등학교에 1, 2학년 영어 방과 후 수업을 시행하지 않던 시기에 첫째는 입학을 했다. 내심 영어를 3학년부터 본격 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다른 엄마들과는 약간 반대의 기대감이었다. 모두들 영어를 1학년부터 바로 시작하길 원했을 텐데 말이다.
역시 내 기대와는 반대로 영어 방과 후 중지에 대한 불만이 많았고, 다시 시행해도 된다는 지침이 내려왔다.
모든 게 준비되어 있는 학교는 4월부터 바로 영어 수업을 예전처럼 시행한다고 한다.
레벨테스트를 보고 성적에 맞춰 레벨별 영어 수업을 한다고 한다. 아직 ABC도 제대로 모르는 우리 아이. 기대를 할 것도 사실 없고, 이왕 이렇게 된 것 재미있게 영어를 배워 나가길 바랐다.
30명을 4개의 반으로 나눈다, 3개 반으로 나눈다, 2개의 반으로 나눈다는 등 여러 소문들이 난무했다.
다행히 저학년은 두 개의 반으로 나눠서 수업을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당연히 영어를 따로 배워본 적이 없는 우리 아이는 2개 반 중에 아랫반에 해당한다. 교재를 보니 파닉스를 배우고, 간단한 단어들과 생활 용어들을 배우는 듯했다. 그렇게 아이는 영어라는 제2언어를 배우게 되었다.
어느 날 일반 전화번호로 전화가 울렸다.
보통 이런 경우엔 '스팸' 전화가 주를 이루므로... 전화를 받지 않을 때가 많다.
근데, 그날은 왠지 받아야만 할 것 같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00 담임입니다."
"어머나, 선생님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안내 말씀드릴 게 있어서요."
학교에서 전화가 오다니... 그것도 담임 선생님께서... 무슨 일일까... 드라마에서 보면 잘못을 저질렀을 때 보통 이렇게 전화를 하던데... 짧은 시간에 오만가지 생각이 흘러갔다.
"아.. 네.. 무슨 안내일까요?"
"다름이 아니라, 학교에서 스페셜반을 개설했어요."
"스페셜 반이요?" (무슨 특별한 반일까...)
"네에, 원래는 없었는데요. 영어를 두 개 반으로 나눴지만 수업에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돕는 반이에요"
아... 두 개 반에서 밑에 반이지만 그 반 수업을 받으려 해도 보충이 더 필요한 것이었다.
살짝 충격이었지만 담담한 척 전화를 받았다.
"아 그렇군요. OO 이와 얘기 한번 해 볼게요."
"네~ 반에서 딱 3명만 할 수 있어요. 좋은 기회이니 잘 얘기해 보세요."
반에서 3명...
학교 영어 수업을 잘 받게 하기 위해서 학원 대신 학교에서 추가로 도와준다는데... 좋은 일인데...
내심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이 학교는 이런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선택을 잘못해서 아이를 고생시키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가 과연 추가로 수업을 더 듣고 오겠냐고 물으면 좋다고 할까?
어떻게 잘 이야기를 할까...?
이런 고민과는 달리 아이는 영어 수업에 도움이 된다면 수업을 더 받고 오겠다고 한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무엇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7살 유치원 졸업한 지 한두 달 된 8살 아이.
일주일에 세 번 4시 30분까지 수업을 받고 올 아이.
내가 대신 선택해 줄 수 없는 아이의 인생.
하지만 아직 어린 자녀의 선택을 대신해야 할 때도 있다.
나는 누구를 위한 선택을 한 것일까?
우리는 살면서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선다.
그 선택이 때로는 힘든 선택일 수도 있다.
그 선택이 긴 터널을 지나는 하나의 과정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