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한 대로 살아지지 않는 삶.
신랑과 나는 같은 회사에서 처음 만났다. 신랑은 컴퓨터 프로그래머 나는 인사팀 직원이었다.
인사팀은 부서 특성상 전 직원의 얼굴과 신상에 대해 알 수 있는 부서였다. 그리고 회사 직원들이 자주 찾아오는 부서기도 했다.
회사에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아침, 신랑을 처음 보았다.
곱슬한 머리, 순해 보이는 눈빛, 적당한 키, 속눈썹이 짙고 긴 포근한 인상을 가진 남자.
다들 자기를 아저씨 같다고 한다는데... 나는 마음에 들었다. 그 아저씨 같음이 마음에 들었다.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왠지 저 남자와 결혼할 것 같다는 생각.
그 당시 나도 남편도 연인이 있었다. 그리고 사실 결혼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근데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운명이란 원래 존재하는 것일까?
나의 그런 흑심 때문일까 그와 나는 조금씩 가까워졌고, 퇴근길 같은 버스를 타게 되었고, 전화번호를 주고받게 되었다. 그도 나도 그 당시 있었던 연인과는 헤어져 있던 상태였다. 우리 둘은 어느덧 연인이 되어 있었다.
오랜 기간 사내에서 몰래 연애를 했다. 그러다 신랑은 이직했고, 그 이후 나도 이직했다.
헤어짐과 만남 5년 연애를 끝으로
2010년 12월 11일 결혼했다.
결혼을 결심했던 그 해까지만 해도 진짜 결혼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운명처럼 결정된 결혼이라 그런 걸까? 어느새 양가 상견례가 끝나고, 결혼식을 올리고 있었다. 내가 첫눈에 오빠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결혼 11년 차인 현재도 믿지 않는다.
나의 상상이었을까? 내가 꾸며낸 이야기일까?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연애할 때도, 결혼 후에도 워커홀릭의 여자 친구, 아내였다. 일이 너무 좋았고, 직장에서 누구보다 인정받으려 열심히 살았다. 인정받으면 받을수록 더욱더 몰입하는 내 모습이 보였다. 결혼은 했지만 아이를 낳겠다는 계획은 없었다. 임신하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아이를 낳으면 다시 직장에 돌아갈 수 있을까? 경단녀가 된다는 사실은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두 번째 이유는 남편과 나의 관계가 중요했고 둘이 알콩 달콩 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결정적인 이유 나는 아이를 그렇게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다. 조카가 어릴 때도 조카를 돌봐주거나 그런 일은 거의 없었다. 신랑도 대충 그런 나의 성격을 알고 있었기에 아이를 낳자고 얘기하지 않았다. 결혼을 하면 다들 출산 계획부터 세운다는데... 나에겐 다른 나라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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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신혼생활 6개월 10개월 1년이 다 되어갈 무렵.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랑에게 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계속 이어집니다-
<그림 출처: 픽사 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