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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탐험가 Nov 03. 2021

임신 사실을 숨긴 그녀.

결혼만 하자는 그녀(지난 이야기)


임신은 관심 없다는 그녀.

매일 같이 외치던 말 "나는 우리 둘이 가장 중요해~"


어느덧 결혼한 지 1년이 가까이 되어가니 아이를 갖고 싶었던 그녀.

결혼하고, 신혼 생활도 보내고... 아이를 출산한다 해도 회사를 관두게  일은 없을 듯했다.

어머님이 바로 앞 동에 사셨고, 내가 출산을 하면 아이를 돌봐 주시기로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임신 계획을 했고, 건강한 몸을 위해 맥주 한잔 마시지 않고 몇 개월을 보냈다.

건강한 신체와 마음을 준비하고, 계획했던 임신은 바로 5주라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내가 엄마가 된다니...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도 없던 여자가 아이를 가지니 세상을 모두 얻은 기분이었다.

12주까지는 조심해야 하고, 임신 사실도 주변에 알리지 말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래서 가족 이외에는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물론 회사에도. 회사에 알리지 않은 이유는 통상 생각하는 12주 조심이 아니라 다른 이유였다.

나는 내 일을 꾸준히 지속하고 싶었다.

보통 아이를 낳으면 엄마가 되고, 회사를 관둔다는 이야기를 회사 안에서 많이 했었다.

그 당시 회사는 여성 100%로 이루어진 조직이었고, 대표님 부부를 제외한 바로 밑 최고 결정자는

골드 미스였다. 그것이 내게는 큰 걸림돌처럼 느껴졌다.
일을 위해 결혼도 하지 않는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이사님께... 출산을 하고도 회사를 관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임신 사실을 최대한 늦게 알렸다.

무려 임신 6개월까지 알리지 않았다.

나는 날씬한 몸매를 가졌고, 임신 후에도 몸의 변화는 거의 없었다.

출산을 하고 일을 관둔다는 다른 여성들과는 다르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임신을 했다고 일을 빨리 마친다거나, 힘든 일은 하지 않는 그런 편의는 받고 싶지 않았다.

7개월쯤 되어가니.. 배도 슬슬 올라오기 시작하고, 이 정도면 나의 의지도 보여 주기에 충분해 보였다.


이사님을 찾아갔다.

'똑똑똑' 이사님 방 문을 두드렸다.

긴장이 되고,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사님, 드릴 말씀이 있어요. 시간 있을까요?"

"그래, 이따가 점심 같이 먹을까?"

"네..."


그렇게 점심 약속을 하고,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임신 사실을 알리려고 입을 열었다.


"이사님, 제가 임신을 했어요."

"어머? 그래? 축하해~ 얼마나 됐어~ 조심해야겠다."

"아.. 네.. 임신 6개월이 넘었어요."

"뭐라고??? 임신 6개월? 그동안 왜 얘기하지 않았니~~~?"

"아... 그냥요. 아이를 출산하면 보통 일을 관둔다고 하시길래... 전 임신한 몸으로 일을 충분히 잘해왔고, 앞으로 출산한 후에도 충분히 일을 잘할 수 있다는 마음을 보여 드리고 싶어서요."

"야~ 너 참 대단하다. 그래도, 좋은 소식은 빨리 알려야지~ 당연히 출산하고도 일을 계속할 거라 믿었어."


그렇게, 이사님과의 대화는 마무리가 됐다.


그때 내 나이 31살.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임신 사실을 늦게 알리면 정말 나의 의지를 알아 줄거라 생각했을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웃긴다.

나 자신을 스스로 믿지 못했을지도...


나는 건강하고도 무사히 출산 휴가가 되기 전까지, 회사를 다녔다.


이 회사에서 나의 결혼과 임신은...

모두의 기쁨, 직원들 중 첫 결혼, 첫 출산의 주인공이었다.

나의 행보 뒤로 이어질 직원들의 미래가 있기도 했다.

내가 출산 휴가를 얼마나 받게 될지, 출산 후 회사 생활은 어떨지.. 모두들 기대하고 궁금해했다.

나는 6개월의 출산 휴가를 받고, 책상을 정리하고 퇴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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