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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탐험가 Nov 04. 2021

아이를 낳고 사라진 아내.

임신 사실을 숨긴 그녀.(지난 글)


 출산 휴가 6개월을 받고, 마지막 책상 정리를 하고 퇴근했다.

출산을 위해 보름 남짓의 시간 동안에는 마지막 준비를 해야 했다.

순산을 위한 운동(계단 오르기, 걷기)을 하고, 아기 맞이를 위한 마지막 정리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예정일은 10월 24일이었다. 보통 첫 출산은 예정일보다 늦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예정일 대략 11일 전으로 가까워진 어느 토요일 신랑은 결혼식이 있어서 혼자 외출했다.

아직 아이가 나올 것 같은 조짐은 전혀 없었고, 초산이기 때문에 그럴 일 없다고 생각했다. 

점심이 지나고 오후 3시가 넘어가면서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 몸에서 느껴졌다.

설마 설마 하는 마음으로 편안히 침대에 누워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처음 느껴보는 아픔이 찾아왔다.

느낌이 이상했다. 진통이 시작된 것 같다고 신랑에게 문자를 보냈다. 신랑은 바로 돌아오겠다는 문자를 남기고 한 시간쯤 후 집에 도착했다. 신랑이 곁에 오니 마음이 한결 편안했다. 나는 꽤나 아픈 진통을 겪으며 그날 밤을 보냈다.




밤새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새벽부터 진통을 겪었다. 초산은 최대한 많이 참고, 일정한 간격의 진통이 있으면 병원으로 찾아가라는 정보를 들었다. 아직은 불규칙적으로 진통이 있었지만 정말 참기 어려웠다.

그때 시간 오전 7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산부인과로 향했다. 주말이었지만 마침 담당 선생님이 계셨다.

내진이라는 것을 하시더니, 1cm가 열렸다는 거다. 그 의미는 아직 한 참 남았다는 의미.

나는 정말 죽을 것 같은데... 어찌 1cm라고 하시는지.. 선생님이 괜히 원망스러웠다.

이대로 병원에 입원해도 출산할 때까지 병원 침대에 누워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편안히 집에서 좀 더 견뎠다 오는 편이 좋지 않겠냐고 하셨다. 병원에 있어도 이 고통을 멈출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집으로 다시 돌아갔다. 

진통의 정도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나는 정말 꾀병이 아니었다. 죽을 만큼 아팠다. 오전 7시부터 시작된 심한 진통으로 오후 3시까지 집에서 버티고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어 다시 병원을 찾았다. 

진통 간격이 2분이 채 안된다고 했다. 간호사는 놀랐고 얼른 의사 선생님 진료를 받자고 했다. 내진 결과 2cm라고 한다. 하지만 아이는 나올 준비가 다 되었는데 엄마의 몸이 아직 준비가 안됐다고 하셨다. 이제는 입원해서 출산하는 방법밖에 없다.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차가운 침대 위에 누웠다. 고통이 극심했지만 무통 분만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다.

신랑이 곁에서 내 손을 잡아 주었다. 곧 아이가 태어날 텐데... 나는 책에서 읽고, 주변에서도 항상 듣던 말


오빠 아이가 태어나도 우리 둘이 가장 중요하고
우리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 거 알지?

임신 중에도, 출산하는 마지막 그 순간에도 신랑의 손을 잡고 했던 말이다.

나는 그토록 왜 그 말을 반복하고 외쳤을까?




진통한 시간에 비하면 병원에 입원 후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는 3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내 인생 첫 아이가 탄생하던 순간이다. 2012년 10월 15일.

응애응애 울음소리, 신랑이 자르던 탯줄, 건강히 아이가 태어났는지 확인 후 내 품에 안겨 주었다.

깨끗하고 뽀얀 아이가 태어났다. 그때의 감정은 말로 표현이 어렵다.

신기하고, 신비스럽고, 내 몸에서 새 생명이 태어나는 그 순간을 모든 엄마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때 시간 저녁 6시 35분. 

입원실로 이동 후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이 방으로 오셨다.

자연분만으로 순산했지만, 출산 후에는 어지러울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하셨다.

내일 저녁까지는 수유하러 내려오지 말고 천천히 움직이라고 의사 선생님께서 당부하셨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날 밤 병실에 누워 어떻게 밤을 보냈는지 기억이 안 난다.

꿈만 같았던 첫 출산의 기억.




출산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신랑과 병실에서 오순도순 이야기 나누고, 첫 아이 출산의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그 와중에도 앞으로도 아이보다 우리 둘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자며 약속했다.

그렇게 오전 시간이 지나가던 중 내가 먹고 싶어 하던 간식을 사러 잠깐 편의점에 간 신랑.

간단한 간식을 사서 돌아온 입원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제저녁 출산한 아내는 어디로 간 것일까?

두 시간을 기다렸지만 아내는 돌아오지 않았다.


-계속-

사진 출처: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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