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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탐험가 Nov 05. 2021

잃어버린 10년.

아이를 낳고 사라진 아내.(지난 글)


 신랑이 편의점에 잠깐 다녀온 사이 어제저녁 출산한 아내는 어디로 갔을까?

의사 선생님은 분명 수유하러도 내려오지 말라고 하셨는데...


아이가 태어나도 우리 둘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자던 아내는 어디로 간 것일까?

아내가 도망간 것일까?

2시간쯤 지나니 아내가 돌아왔다.


여기서, 신해철의 Growing up 노래가 떠오른다.

우연히 들러 본 동창회에서 숙녀가 된 그 애를 다시 만났고 우리 진짜로 사랑에 빠졌으면 좋았겠지만 영화에나 나올 법한 그런 얘기지. 졸업 후 다시는 그 앨 못 봤어.

결국 삶이란 영화가 아니란 얘기야.


"어디 갔다 온 거야? 몸도 아직 회복 안되었는데.. 걱정했잖아."

"아... 아기가 너무 궁금해서 수유하러 오지 말라는데... 수유를 너무 하고 싶어서... 아기 얼굴 쳐다보니 2시간이 훌쩍 지났네.."

영화 같은 일을 기대했다면, 실망했을 수도 있겠다.



나는 아기가 너무 보고 싶어 의사 선생님의 말도 따르지 않고, 수유하러 간 것이다.

간호사가 너무 오랫동안 아이를 본다고 얼른 병실로 돌아가라고 했다.

신랑은 조금 당황한 얼굴이었다. 그토록 우리 둘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자더니, 말도 없이 어제 출산한 사람이 2시간을 예고도 없이 사라지고, 말도 없이 아기를 보러 갔다니...

그 사건이 첫 시작이었음을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다.

신랑이 느꼈을 배신감은 나로서는 다 알지 못한다.


잃어버린 10년.
신랑이 늘 농담처럼 하는 진담.




2박 3일 병원 일정을 마치고, 조리원에서 2주일간 편안하고도 어려웠던 초보 엄마의 시간을 보냈다.

집에 도착한 이후는 진짜 육아가 시작된다. 아이가 태어난 지 2주 며칠... 육아 휴가 기간 6개월.

나는 6개월 뒤 아이가 얼마나 성장해 있을지 알지 못한다. 6개월 뒤면 마냥 아이가 많이 커 있고, 아이는 어머님께 맡기고 여느 때처럼 직장을 나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초보 엄마의 생활은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초보 엄마들이 겪는 모든 일들을 겪었다.

잠재우기, 수유하기, 우는 아기 달래기 등... 하나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뼛속까지 엄마였다.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했던 남편이 아이를 다치게 할까 봐 맡기지 못했다. 모든 아이와 관련된 일은 내가 직접 해야 마음이 편했다. 180도 바뀐 아내의 모습에 적잖이 배신감을 느꼈을 신랑이다.

하지만 그 마음을 알아주기엔 이미 아이에게 빠져버린 나였다.


우리 아이는 유난히도 피부가 희고 투명하게 태어났다.

나는 아기를 목욕시켜 나에게 데려왔나? 내가 상상했던 모습보다 백배 아니 천배는 천사 같았다.

태어난 아이를 보면서 신비스러웠다.

육아를 독점하며, 행복하도고 한편으로는 고된 초보 육아가 시작되고 회사와 약속한 육아 휴직 6개월이 다 되어 가는 시점이 다가왔다.


나는 아이를 낳고 경단녀가 되지 않기 위해 임신 6개월이 지나고 회사에 알린 조금 독한 여자다.

출근을 앞둔 몇 주전 출근 인사를 위해 아이를 안고 회사에 찾아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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