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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탐험가 Nov 17. 2021

거짓말만 일삼는 여직원

잃어버린 10년(지난 글)


 출근을 앞두고 아이를 안고 회사에 갔다. 사실 출근 준비를 위해 회사에 간 것이 아니었다. 

임신 중에도 출산 이후에도 아이가 생후 6개월이 되면 아이가 많이 성장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아이는 아직 태어나던 그날 그대로인 듯했다.

여전히 기저귀에 똥 싸고, 오줌 싸고.. 밤낮으로 울고, 잠자기를 반복.

거기에 더불어 아이는 피부가 약해 트러블이 잘 생겼고, 침독도 상당히 심했었다.

아이가 아직 너무 어리고, 피부 관리도 필요해 보인다고... 3개월만 출근을 미뤄 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6개월짜리 아이를 안고 지하철을 타고 회사로 찾아갔다. 


대표님과 모든 직원들이 오랜만에 찾아온 나를 보며 반가워했다. 그리고 나의 복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눈치였다. 하지만 내 입에서는 다른 말이 나왔다.

"아이가 생각보다 갓난 아이네요... 피부도 약해서 제가 조금 더 돌봐야 할 것 같아요. 3개월만 복직을 미뤄 주셨으면 해서요."라는 말이 나왔다.

회사에서는 얼른 복귀하기를 기다렸지만, 나를 이해해 주셨다. 생각보다 쉽게 승낙해 주셔서 어리둥절했다.

맛있는 점심식사를 대접받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에 왔다. 

3개월간 아이를 더 돌볼 수 있다는 기대감과 기쁨에 행복했다. 어머님께도 복직을 3개월 늦추게 되었다고 알려 드렸다. 


또다시 시작된 육아휴직.

아이는 8개월 무렵 치즈 이유식을 시도했다. 그날을 생각하면 119를 불러야 하나 초보 엄마에겐 큰 충격이지 않을 수 없다. 치즈를 먹고 10분 남짓. 아이의 얼굴에 벌 100방은 쏘인듯한 두드러기가 올라왔다.

그동안 모유수유만 해왔기 때문에 유제품 알레르기가 있는지 조차 몰랐던 것이다.

아이는 알레르기 약을 먹고 바로 가라앉았다. 

피부도 약해서 어디서는 아토피, 어디서는 별거 아니다 등등... 여러 가지 진단들이 나왔다.

로션을 잘 발라주면 호전된다는 인터넷 글들...

밤낮으로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아이에게 가장 좋은 로션을 찾아 삼만리, 온갖 목욕 용품과 로션을 구매하며... 남은 육아휴직 3개월을 보냈다. 


나는 과연 이 아이를 어머님께 맡기고 출근할 수 있을까?
수 없이 되새기던 날들...


임신 사실도 늦춰가며 회사에 대한 의지를 보였던 지난날.

육아 휴직도 약속 시간보다 3개월 미룬 상태.

더 이상 부탁하기 어려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위치였다.


나는 이대로 아이를 두고 출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아이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인데, 내가 돌봐야 하는데...라는 생각만 머릿속이 맴돌았다. 

내가 유일하게 답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인터넷에 존재하는 선배맘들의 조언들이었다.

돌 때쯤 되면 많은 아이들의 알레르기도 피부도 대부분 호전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 다시 한번 더 부탁하자.


육아휴직 9개월 무렵 아이를 안고, 또다시 회사에 갔다.

아이를 낳기 전이라면 내가 과연 두 번이나 이런 부탁을 할 수 있었을까?

엄마가 되니 많은 용기가 생긴 걸까? 얼굴에 철판을 깔고, 부탁했다. 


앞으로 3개월만 복직을 더 미뤄 주세요.
돌 때까지만 키우고 다시 출근하겠습니다.


고맙게도 회사에서는 이번에도 승낙해 주셨다. 그래, 돌 때까지는 키워야지 라는 말과 함께.

그렇게 두 번째 육아 휴직을 미루고, 또 3개월이 지나갈 무렵... 거짓말처럼, 아이는 유제품 알레르기도 아토피도 사라졌다. 아이는 웬만한 유제품을 모두 먹을 수 있었고, 피부도 본래 타고난 깨끗하고 하얀 피부로 돌아오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철판 깔고 3개월을 또 미뤄 달라고 잘 부탁했다며... 스스로 위안했다.

이제 진짜 복직할 수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결혼하고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 사이 나는 많이 변했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어려운 부탁도 척척, 아이의 건강을 위해 밤낮으로 좋은 제품을 찾는 열혈 엄마.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이렇게 탄생했을까? 엄마라는 존재는 무한한 힘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또 3개월이 지나 아이의 돌잔치가 찾아왔다.

이제는 정말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생후 1년이 된 것이다.


혹시, 내가 갖고 있던 고정관념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출산하고 1년 육아휴직을 하고 회사에 복귀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 때문에?

처음부터 6개월만 육아휴직을 하고 오겠다고 스스로 결정하고 말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제 '진짜' 복귀해야 한다.


-계속-


그림 출처: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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