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탐험가 Dec 02. 2021

월급 없는 직업

거짓말만 일삼는 직원(지난 글)


여러 번 걸쳐 육아 휴직을 미루고,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냥 처음부터 1년 육아 휴직한다고 했으면 될 텐데...

두 번에 걸쳐 복귀를 미룬 나. 이제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는 상황.

결론을 내려야 했다.


결국,

1년 육아휴직 후 퇴사했다.

회사에는 정말 미안했지만 아이를 두고 직장에 나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토록 경단녀는 되고 싶지 않아 임신 사실도 늦게 알리고, 복귀도 철판 깔고 두 번이나 미뤄놓고, 1년 지나니 이제는 회사를 퇴사하는 사람이라니...

책임감 없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어느 정도 나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는 회사를 무슨 용기로 관뒀을까?

다행히도 회사에서는 내 마음과 처지를 잘 이해해 주셨다. 

지금 생각해도 괘씸했을 것 같은데... 진심을 알아주셨다. 이 글을 통해 감사함을 전해고 싶다.




이제 나는 mind analyst라는 호칭에서 전업주부라는 호칭으로 바뀌었다.

회사를 관두고 진짜 전업주부가 되고 나니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게 된 것이 제일 기뻤다.

조리원에서 알게 된 엄마들 중 전업주부인 엄마들과 가끔 만나 커피도 한잔하고, 아이들 함께 놀게 한다고 이 집, 저 집 모여 모임을 즐기기도 했다. 흔히들 많이 하는 문화센터 등록도 하며 몇 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아이가 어느덧 20~24개월 스스로 잘 걷고 말도 하며 의사표현도 늘어갈 무렵이었다.

조리원 동기들이 하나 둘 어린이집에 맡기기 시작했고, 회사에 다시 복귀하는 엄마도 생겼다. 

다들 이쯤 되면 어린이집에 보낸다며 언제 보낼 거냐는 질문들도 했다. 더 미루면 자리 없다며...

아이를 내가 직접 키우겠다는 굳은 의지로 좋아하던 일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었는데,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긴다고? 내가 생각한 것보다 많은 엄마들이 하나 둘 보내기 시작했고, 결국엔 우리 아이만 어린이집에 등록하지 않게 되었다. 서로 아무런 약속 조차 한 것도 없는데 나는 괜스레 배신감이 들기도 했다. 회사에 복귀하는 엄마를 보며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이다. 혼자만의 착각이다.

전업주부를 선택하고 최소 5살까지는 집에서 키우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제 세 살이 갓 된 아이를 보낸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기도 했다.


그렇게 혼자의 길을 가게 되었다. 

오전에 놀이터에 나가면 텅 빈 놀이터에 우리 아이와 나만 있었고, 간혹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원 전에 잠깐 놀다가 가는 정도로 5분 길게는 10분 다른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오전 두어 시간 놀이터에서 놀다 들어오면 간식 먹고,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낮잠 자는 시간을 기다렸다.

유일하게 내가 오로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아이는 3세 4살 둘째가 태어날 때 까지도 가정보육을 선택했다.


아이를 키우겠다고 좋아하던 직장도 관둔 내가 일찍이 유치원에 보낼 생각이었다면 나는 복귀를 선택했을 것 같다. 주변에서 둘째도 낳았는데 이제는 보내도 되지 않냐... 사회성 떨어진다... 우려의 말도 있었고, 한편에서는 '정말 대단하다' '어린 두 아이를 어째 24시간 혼자 돌보냐' 라며 나를 응원해주고, 위로해 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가까운 지인들은 이미 내가 고집스러운 면이 있는 것을 알고, 기관에 보내지 않는 나를 이제는 그냥 자연스럽게 생각해주었다.





연애만 하겠다던 사람이.

애는 낳지 않겠다던 사람이.

일하려고 독하게 마음먹는 사람이.

육아 휴직을 두 번이나 미루며 복직하겠다는 의지의 사람이.

계획대로 한 것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내가 이제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아이를 이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고 행복하게 키우겠다는 마음 하나다.


이 세상 모든 전업주부를 뜨겁게 응원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거짓말만 일삼는 여직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