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를 들고 다니는 아이
둘째가 태어나고 다시 초보 엄마가 되었다.
육아 달인, 대단한 엄마라는 타이틀이 늘 붙었다.
하지만, 나의 이런 명성을 굴복시킨 시점은 둘째가 태어나고 이다.
특이한 점이 많아 늘 나를 고민에 빠트렸다. 둘째라 신경을 못써서 아이가 이상하게 자라고 있는 것인가?
내가 너무 첫째만 생각했나? 사실, 첫째만큼 신경을 못 써준 것도 사실이다.
아이들은 늘 예상 밖의 행동을 한다. 둘째가 그 말과 딱 어울린다.
한 여름에 매일 같이 겨울 털 부츠를 신고 나가겠다는 아이는 말리고 싶었다.
한번 두 번은 그래도 아이를 존중해 줄 수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에 묻지도 않는 괜한 변명을 내뱉곤 했다. 더우면 안 신겠지 라고 생각했던 건 나의 착각이었다. 이 아이는 여름 내내 털부츠를 신고 다녔고, 치마를 두벌 세벌 겹쳐 입는 일, 마음에 드는 옷이 생기면 구멍이 날 때까지 입는 일 등등..
자기 색깔이 또렷했다고 좋게 말해보자.
하지만 나는 아이를 설득시킬 수 없었고, 매번 아이의 의견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더니..
그리고 내 마음속 도돌이표 같은 말. '나는 가정 보육하는 엄마니까'
급기야 이제는 옷걸이에 마음에 드는 옷을 걸고 다니겠다는 아이.
질질 끌리도록 긴 원피스를 옷걸이에 걸어 외출하는 아이.
치마 두벌을 걸어 마트에 들고 가는 아이.
아이를 말리고 싶었다.
도대체 힘들게 귀찮게 왜 들고 가느냐고 핀잔을 주었다.
아이는 좋아하는 옷이니까, 꼭 챙겨 다니고 싶다고 한다. 그래, 틀린 말은 아니다.
결국 나는 아이 뜻대로 하도록 결심했다.
그 뒤로 외출 때마다 옷을 챙겨 다니던 아이
이것도 다 한 때일 거라는 희망과 함께 어느 날은 기분 좋게 어느 날은 꼭 이래야만 하느냐는 생각에 아이를 설득하는 날도.. 그런 날을 보내며 아이는 자기만의 세계에 맞춰 성장해 나갔다.
7살이 된 지금의 아이는 여전히 옷 고르기 까탈스럽고, 색깔에 민감하고 자기만의 세계가 있다.
하지만 바깥 외출 때는 옷을 들고 다니거나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이나 신발을 신는 일은 없다.
내 생각대로 그런 행동들은 한 때긴 했다.
당신은 아이의 개성 어디까지 인정해 주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