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문제 있나요? 지난 글에서 썼듯, 둘째는 개성뿐 아니라, 6살 처음 기관 생활에서도 나를 고민하게 했다. 6살이 되고 처음 가게 된 유치원 당연히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모르는 엄마 없다.
나도 마찬가지다. 짧게는 1~2주 길게는 몇 달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과 반대로 대망의 유치원 첫날!
"엄마 안녕"~ 한번 안아주고 쏙~ 들어가는 거다.
올레!! 역시!! 애착형성 최고! 난 최고의 엄마야! 이런 얄팍한 자신감을 가지고 뒤돌아 섰다.
첫 유치원을 다녀온 아이를 꼭 안아주고, 잘 다녀왔냐고, 유치원에서 무얼 했는지 하나하나 물어보았다.
그렇게 첫날은 마무리가 잘 되었다.
유치원 두 번째 날
첫날 그렇게 쿨~ 하게 들어갔던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한다.
"어제 잘 들어갔잖아, 갑자기 무슨 일이야~ 들어가자~"
유치원 적응 길게는 몇 달이 될 수 있다는 마음은 지운채. 어제의 성공만 생각하며.. 아이에게 얼른 들어가자고 했다. 하나 둘 다른 아이들이 등원하기 시작했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엄마와 '포옹' 하거나 '안녕' 인사를 하며 당당히 들어갔다.
첫날부터 못 들어간다고 하지, 엄마를 이렇게 비행기 태웠다가 하루 만에 땅으로 곤두박질치게 할 거냐는 마음이 올라왔고 당황스러웠다.
첫째 때도 경험하지 못한 일, 둘째에겐 아직 초보 엄마였다.
그렇게 매일매일 우왕좌왕... 하루는 담임선생님이 내려오셔서 아이와 함께 들어가고, 어떤 날은 살살 달래보고, 어떤 날은 친구가 와서 잘 들어가고.. 참 알 수 없는 패턴을 가진 아이였다.
어떻게 하면 아이를 유치원 문 앞에서 즐겁게 '안녕'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답이 나오지 않았다. 아니 나만의 답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을 수도..
그러던 어느 날 아침. 그날도 유치원 현관 앞에서 들어가기 싫다는 아이.
그래서 아이에게 그냥 이런저런 말을 하다가.. "유치원에 들어갈 거야"라고 직접 말해 보자고 했다.
아이는 그 말에 따라 "엄마, 나 들어갈 거야" 하더니 그냥 쑥~ 들어가는 거다. 스스로 마음을 정해 내뱉은 말로 자신감이 생긴 듯했다. 사실 그 말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 알 수는 없다. 그냥 편안히 들어가는 아이에게 고맙고, 기특한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의 쌓인 여러 감정들이 사르르 녹는 듯했다.
그 뒤로 아이는 매일 아침 유치원 현관에서 "안녕"이라는 말 대신 "엄마, 나 들어갈 거야"라는 인사를 하며 들어갔다. 참 독특한 인사법이다. 그렇게 아이는 적응하는 듯했다.
긴 여름 방학을 보내고 개학하던 날, 여전히 "엄마, 나 들어갈 거야"라는 인사를 하고 들어가겠지?라고 생각한 건 나의 착각이었다. 아이는 그 말을 해도 들어가기 싫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아이가 정확하게 자기가 마음 편히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해 주었다.
가장 친한 친구가 타고 오는 유치원 버스 시간에 맞춰서 그 아이와 함께 들어가고 싶다고 한다.
그냥 마냥 엄마랑 헤어지기 아쉬워서가 아닌, 친구와 함께 들어가면 웃으며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해준 아이.
그 사이 아이는 또 컸다.
아이는 살아가며 무수한 새로운 환경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적응해 나가겠죠?
매일 아침 걸어서 유치원에 가는 아이.
유치원 버스를 타고 오는 1호차 친구를 기다리는 아이.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1호차 버스에 맞춰 아이와 준비해서 나가는 일.
아이를 믿어 주는 일.
아직도 진행 중인 우리 아이의 유치원 적응기.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잘할 것이란 사실.
어른이 된 엄마도 새로운 곳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