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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탐험가 Jan 05. 2022

엄마가 천사래요.

초등아이 이야기

우리 집 첫째는 올해로 11살이다.

예전에는 책 육아를 한다는 이유로 책을 읽고 싶은 만큼 읽고 자는 게 올바른 육아 방향이라며 외출이나 여행 후 집에 늦게 와도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책을 읽겠다는 아이에게 그만 읽으라고 하기엔 나도 책 읽는 아이의 모습이 좋았던 엄마기도 했다.

신랑은 그런 모습을 보며 내내 기다려 주기로 하고, 때로는 꼭 일찍 자는 것은 아니어도 매일 정해진 시간에 잠을 자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기는 했지만 내 육아에 항상 힘을 실어주는 신랑이었다.

하지만 나 역시 마음속 깊이에는 이렇게 꼭 늦은 시간에도 아이에게 책을 읽어줘야 하는 것일까? 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이런 의문들은 내가 코칭을 받으며 많은 변화의 계기가 되었다.


책을 읽어주고 읽느라 항상 늦게 자던 아이는 10살이 되고부터 거꾸로 일찍 자기 시작했다.

8시부터 밤잠 독서를 시작해서 9시면 불을 끄는 취침으로 바뀌었다.

아이는 바뀐 규칙에도 별다른 토를 달지 않았다. 엄마가 너희를 위해서 그렇게 생활을 변화하고 개선하겠다고 하니 아이들도 엄마의 의견에 적극 참여하여, 자기 할 일을 잘 마치고 9시면 불을 껐다.

정해진 시간 없이 마음껏 책을 읽던 때보다는 책을 읽는 양이 줄었을지는 몰라도(확실치 않다) 아이에게는 건강한 컨디션과 시간 개념이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에 대해 뿌듯함을 스스로 느꼈다.

 



10살쯤 되니 학교에서 아이들과 이야깃거리가 대부분 '공부'와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한다.

내가 보기엔 아직 어린아이 같은데, 친구들과 공부 이야기를 주로 한다니... 놀랍기도 했다.

주로 어떤 대화냐고 물어보았다.

숙제 양이 얼마나 되는지?

학원은 몇 개를 다니는지?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는지?

잠은 몇 시에 자는지?

이런 질문들과 대화를 한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웠다.


"엄마, 친구들한테 내가 9시에 잠을 잔다고 하면 엄청 놀란다."

"왜에?"

"우리 반 친구들은 보통 11시는 넘어서 잔데, 가끔 숙제가 많으면 12시 넘어서도 잔데"

"그렇구나~"

"그래서 엄마, 친구들은 엄마가 천사래"

"잉? 뭔 천사?"

"9시에 잠을 자게 해 줘서~ 그렇데~일찍 자는 내가 부럽데.."

일찍 자고 싶은데, 숙제를 마치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다는 거다.


그러면서 첫째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내가 일찍 잠을 자도, 혹시나 자기 직전에 숙제를 알아차려도 내 숙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야. 숙제는 언제든 하긴 해야겠지... 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9 취침  첫째는  늦게 자고 싶어 했다. 매번 책을 더 읽고 자고 싶다고 했고, 덜 읽었다며 앙탈을 부렸었다. 나는 늘 아이들은 늦게 자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다. 더 놀고 싶으니까 라는 이유를 대며~ 아이들의 요구를 들어주었던 엄마였다.

첫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늦게 잠을 잔다는 것이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면 일찍 자는 것이 부러움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잠을 꼭 일찍 자는 게 아이에게 무조건 좋고 행복할까?

늦게 자면 불행할까?

시간보다 중요한건 행복하게 잠드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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