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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훈 Aug 25. 2021

라쇼몽: 인간의 잔혹함 안에서 휴머니즘을 노래하다

Feat: 그래 봤자 인간 그래도 인간

 라쇼몽, 이 영화는 인간의 잔혹함 안에서 휴머니즘을 노래하는 영화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영화는 비 내리는 라쇼몽(나생문) 아래에 한 나무꾼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나무꾼의 이야기는 이렇다.  부부가 산에서 도적(다조마루)를 만나 신랑은 살해당하고 신부는 겁탈당했다. 그리고 다조마루는 잡혀 법정에 서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까지 들었을 때에는 크게 이상한 점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그 후 나무꾼은 괴이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바로 세명(신랑, 신부, 다조마루)의 진술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각각의 인물들은 서로 자신을 미화하는 쪽으로 이야기를 한다. 다조마루는 자신을 엄청난 실력을 가진 도적으로 미화하고 신부는 자신을 순백의 피해자로 만들어 진술하며 신랑은(영매사 입을 빌려 말한다.) 신부가 자신을 배신했다며, 자신은 피해자라고 진술한다.

 

 그러나 진실은 셋의 진술과는 달랐다. 멀리서 다조마루와 신랑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나무꾼은 세명의 진술이 모두 다 서로를 미화하는 쪽으로 치우쳐져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결국 나무꾼 또한 그들이 싸우고 난 후 단검을 슬쩍했다는 게 밝혀지면서 그 또한 진실을 말하고 있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 나온다. 이를 통해 영화 라쇼몽은 인간은 믿어서는 안 될 자신의 체면이나 이익에 흔들리는 이기적인, 잔혹한 존재라는 주제를 전달한다. 하지만 과연 그뿐일까?


 그 후 나무꾼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남성은 라쇼몽 아래 한 갓난아기가 버려져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는 그 아기의 담요 등을 보고는 어차피 인간이 개보다도 못한 세상이라며 담요를 훔쳐 달아난다. 그러자 나무은 아기를 안고는 돌연 자신이 아기를 키우겠다고 한다. 이때 계속해서 비가 내리던 라쇼몽에서 나무꾼이 아기를 키우기로 다짐한 후 비가 그치는 장면의 대비는 인상적이다.


 라쇼몽의 결말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렇다. 인간이  개보다도 못한 대접을 받는 시대에도 인간은 언제나 타인을 위한 선행을 베풀어왔다고, 또한 그래 봤자 인간이라고 생각해 인간을 믿지 못하더라도 결국 그래도 인간이라며 다시 한번 믿게 되는 게 인간이라고. 그것이 구로사와 감독의 휴머니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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