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티비가 SF를 폭발시키다

4장: SF와 가전업체의 은밀한 공생관계

by SF mania

이 글은 제가 연재 중인 SF로 보는 20세기의 4장입니다.

각 글은 개별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었습니다.


2. 컬러티비가 최초로 보급된 시기, 60년대

컬러티비와 SF를 연관 짓는다니, 좀 이상하게 생각하실 분들도 많을 겁니다. 티비가 단순히 흑백에서 컬러로 전환되는 것과 SF가 관련 있다고 하기에는 뭔가 어색해 보일 겁니다. 특히 현대에 어두운 화면에 익숙한 사람들이면 더 큰 어색함을 느끼겠지요. 애초에 컬러티비와 특정 장르가 유행하는 게 무슨 상관인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60년대 컬러티비의 보급과 SF의 유행에는 생각보다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다음 사진들을 보시죠.

1966년 방영한 스타트렉의 엔터프라이즈호 크루들


1966년 방영한 초대 울트라맨 등장 장면
울트라맨 17화에 등장하는 괴수 불톤

1966년 방영된 이 두 드라마의 이미지를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색감이 알록달록하다는 겁니다. 스타트렉 선원들의 옷은 빨간색(레드 셔츠 밈으로 유명하듯이ㅋ), 초록색, 노란색 등 다양하죠. 또한 울트라맨도 빨간색과 하얀색이 결합되어 있는 데다 울트라맨 17화에 등장하는 4차원 괴수 불톤 또한 파란색과 빨간색이 결합되어 있는 등 색감이 알록달록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두 드라마들을 제외하고도 다른 드라마에서도 예시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썬더버드(1965)에 나오는 기기들
타임터널에서 나오는 터널 세트
터널을 통과할 때 나오는 총천연색 조명

계속해서 제 글에서 언급되는 드라마 썬더버드와 타임터널도 굉장히 화려한 색감을 보였습니다. 썬더버드에 나온 여러 기기들은 현실에 있는 것들과 다르게 빨간색, 분홍색, 노란색 등등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죠. 거기서 더 나아가 타임 터널은 아예 화려함을 무기로 삼았습니다. 타임 터널의 세트 디자인은 검은색과 흰색의 동심원이 무한히 뻗어나가는 형태입니다. 이 거대한 원통형 세트는 당시 유행하던 오프 아트(Optical Art) 스타일을 차용했습니다. 그리고 이 세트를 주인공이 통과할 때 그 위로 총천연색 조명을 쏟아부었습니다. 컬러 TV 앞에 앉은 시청자들은 아마 최면에 걸린 것처럼 그 화려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어갔겠죠.


이처럼 미국 드라마인 스타트렉과 타임터널, 일본 드라마인 울트라맨, 영국 드라마인 썬더버드 이 네 작품의 공통점은 색감이 당대 다른 장르의 드라마들보다 화려하단 것입니다. 사실 이는 과거 50년대 60년대 SF 코믹북과 펄프 잡지의 삽화의 전통을 따른 겁니다. 당시 만화책이나 펄프 잡지는 저렴한 종이에 인쇄되었고 어두운 명암표현이 상대적으로 힘들었습니다. 따라서 파랑, 빨강, 노랑, 검정 등의 원색을 그대로 넣는 방식을 선호했습니다. 슈퍼맨의 팬티가 빨간색, 엑스맨이 노란색 옷이고 헐크가 초록색인 이유가 여기 있지요.


이러한 출판업계의 관례는 TV의 SF 드라마 업계에도 똑같이 적용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화려한 SF 드라마는 당시 컬러 텔레비전의 높아지는 보급률과 맞물려 SF 드라마의 붐을 가져옵니다. 컬러텔레비전은 사실 50년대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컬러 텔레비전이 유행하기 시작한 시기는 60년대 중반부터죠. 일본의 사례는 SF 유행과 컬러 텔레비전의 연관점을 좀 더 보여줍니다. 울트라맨의 가슴에 달린 컬러 타이머는 이름부터 색깔이 들어갑니다.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변하면 울트라맨이 위험해진 거라는 걸 보여주는 이 타이머는 흑백 TV로 보는 아이들 눈으로는 차이를 눈치채지 못하나 컬러 텔레비전으로 보는 아이들은 울트라맨이 위기에 쳐했음을 눈으로 직접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몇몇 화려한 괴수와 울트라맨의 디자인은 말할 것도 없고요. 오프닝에선 흑백드라마인 전작 울트라 Q와 달리 아예 노란색, 빨간색을 강조합니다. 이처럼 울트라맨은 어떻게 보면 컬러 텔레비전의 판매량을 올리기 위해 등장한 드라마로도 볼 수 있는 겁니다.


영국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영국의 최초 컬러 방송은 67년으로 좀 늦었습니다. 영국 국민드라마 닥터후를 보면 70년대 3대 닥터 시절부터 컬러로 나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썬더버드는 미국, 일본등 해외 수출을 염두해 두고 나온 드라마라서 그 시장에 맞게 컬러로 제작된 것입니다. 실제로 울트라맨 제작진은 여러 매체에서 울트라맨을 제작할 때 썬더버드의 디테일한 특촬기술에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점이 듭니다. 다른 장르로는 이 화려함을 표현하지 못할까란 의문이죠. 참고로 SF가 유행하기 전 유행했던 장르는 주로 서부극이었습니다. 50년대는 TV 편성표의 절반이 서부극으로 뒤덮여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현대 서부극을 봐도 화려한 색감과는 거리가 멀죠. 또 다른 장르는 시트콤이었습니다. 시트콤은 서부극에 비해 화려하나 볼거리가 부족합니다. 하지만 SF는 매회 새로운 볼거리로 넘쳐나고 화려한 색감을 시도하기에 너무나도 좋은 예시였습니다. 따라서 60년대 방송국들은 우주진출로 인한 우주로의 관심과 컬러 텔레비전의 판매량을 위해 화려한 색감의 우주가 나오는 SF를 계속해서 방영한 것입니다.


이 두 가지만으로도 60년대의 SF가 유행한 이유의 80퍼센트는 설명가능하나 나머지 20퍼센트도 설명해야겠죠.(ㅋ) 나머지 3가지 이유에 대해서는 묶어서 한 장으로 설명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그 이후 이 글은 60년대 SF가 밝았던 이유에 대해 풍요로운 에너지와 냉전에 대한 공포 이 두 가지를 들며 설명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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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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