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의 가면을 쓴 사회비판, 지갑을 연 베이비 부머

6장: SF만이 가능한 사고실험, 그리고 새로운 세대의 탄생

by SF mania

이 글은 제가 연재 중인 SF로 보는 20세기의 6장입니다.

각 글은 개별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었습니다.


4. 60년대 외계인의 가면을 쓴 사회비판(알레고리)

60년대 SF에서 사회비판적 요소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스타트렉에서 외계인 종족 클링온이 소련, 로뮬란이 중국을 간접적으로 묘사했다는 건 유명하죠. 또한 엔터프라이즈호의 다양한 인종구성은 미국 사회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것도 60년대의 미국이 아닌 향후 나아가야 할 이상적인 미국 사회이죠. 스타트렉은 미래의 이상사회를 통해 현재의 미국을 비판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마지막 전투가 되게 해라(Let that be your last battle field, 스타트렉 시즌 3 15화)는 인종차별로 인해 자멸하는 외계인들을 통해 당대 사회의 흑인과 백인의 갈등을 직접적으로 비판했지요. 또한 구름 채굴자(The cloud minders, 시즌 3 21화)는 당대 미국사회의 빈부격차와 노동착취, 그리고 이를 정당화하는 미국 상류층의 위선적인 태도를 SF를 통해 잘 나타낸 에피소드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회비판은 울트라맨의 후속작 울트라 세븐(1967)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울트라 세븐 42화에 등장하는 지구원인 논마르트는 인류가 탄생하기 전부터 지구에 살고 있었으나 인류에 의해 바다로 쫓겨나고 그 후 인류의 세력 확장으로 바다에서도 쫓겨나는 종족으로 제국주의와 원주민 학살에 대한 메타포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60년대 SF는 우주를 배경으로 했으나 당대 사회가 갖고 있던 여러 문제점을 꼬집었습니다. 사실 SF는 사회비판을 다루기에 매우 좋은 장르입니다. SF는 가상의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판타지처럼 완전히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는 않습니다. 또한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므로 검열을 하기 쉽지 않습니다. 당시 냉전시기에 직접적인 사회비판은 어려웠습니다. 그러므로 창작자들은 SF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사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한 가지를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60년대 SF도 사회비판적이었는데 왜 낙관적으로 보이는가에 대한 겁니다. 그 이유는 바로 60년대 SF는 해결의 가능성에 대해 믿었기 때문입니다. 60년대 SF는 '세상은 지옥이다.', '그 어떤 노력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라고 보지 않았습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스타트렉의 커크 선장은 갈등 끝에 화합의 길을 찾아내고 울트라맨과 과학특수대는 지구를 지켜냈으며 닥터후의 닥터는 과학과 순간의 기지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이는 70년대와 80년대, 그리고 90년대의 SF와는 결이 다른 사회비판입니다. 비록 현실이 어둡더라도 TV 속 미래에서는 인류가 지성으로 그 문제를 극복해 낸 '완성된 이상향'을 보여줌으로써 현실의 인류를 계몽하려 했던 것입니다.

5. 베이비 부머, 새로운 세대의 탄생

60년대는 전후 세대라고도 불리는 베이비 부머가 본격적으로 소비자에 자리에 올라서고 문화의 중심에 위치하게 된 시기입니다. 60년대 중반 베이비 부머들은 10대 중반으로 아르바이트, 용돈 등을 통해 거대한 청년 시장을 형성했습니다. 이들은 탈권위적이고 기성세대의 보수적인 가치관에 반대하며 사랑과 평화, 그리고 평등을 외치는 이상주의자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베이비 부머들은 사랑과 평화, 평등을 외치며 반권위적이었던 비틀즈, 롤링스톤즈 등의 밴드 노래에 열광할 뿐만 아니라 스타트렉, 울트라맨, 닥터후 등의 SF에도 열광했습니다.

스타트렉의 평등과 다양성, 울트라맨의 인류화합, 닥터후의 탈권위적인 2대 닥터는 모두 베이비 부머의 가치관에 맞아떨어졌습니다. 그리고 당시 권위적인 기성세대가 SF를 유치하고 부정적으로 보는 태도 또한 베이비 부머들의 반골정신을 건드려 그들이 SF에 열광하도록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정리하자면 전장과 전전장에서부터 설명한 60년대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 컬러티비의 대중화, 50년대의 SF 영화 및 소설의 영향, 그리고 검열을 피해 사회비판을 할 수 있다는 SF만의 특징, 마지막으로 베이비 부머의 탄생 이렇게 5가지의 요인이 맞물려 60년대에는 SF가 유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다시 이 질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60년대 SF는 왜 낙관적이었는가?'라는 질문이죠. SF가 유행한 이유는 알겠지만 당시 사회는 냉전으로 혼란스러웠고 핵전쟁이 곧 일어날 것이라는 불안감이 사회 전반을 지배했습니다. 그럼에도 60년대 SF가 밝았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창작자들이 인류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어서였을까요?

저는 그 이유에 대해 역설적이게도 냉전에 대한 공포의 반발심, 그리고 에너지가 무한할 것이라는 믿음, 60년대에 환경 파괴와 기후 문제가 아직 대두되지 않았다는 것과 우주의 진출에 대한 대중의 시선과 현실의 괴리감을 통해 분석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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