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스워스 캘리(Ellsworth Kelly)의 엽서
불완전한 서신
그림엽서는 불완전한 서신입니다. 엽서에 보내는 친밀한 메시지는, 배송되는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죠.
"그림엽서는 엽서의 특성상 내용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보려고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내용을 볼 수 있다. 말하자면 ‘누설의 미디어’로, 그 때문에 쓸 수 있는 내용도 무난한 것으로 국한된다. 바꾸어 말하면 ‘불완전한 서신’인 셈이다." - 우라카와 가즈야,『그림엽서로 보는 근대조선』¹
메시지를 완벽하게 숨길 수 없기에, 엽서는 결과적으로 이미지를 중심으로 한 전달 매체가 됩니다. 그렇기에 엽서는 개인적인 서신이자, 근대에 이미지를 배포하는 미디어로서의 역할도 하게 되죠.
이러한 엽서가 가진 특정한 형식 때문에 생기는 모순성과 제약, 그리고 이미지를 먼 곳까지 보낼 수 있는 낭만성을 예술가들이 놓쳤을리가 없습니다. 엘스워스 캘리(Ellsworth Kelly)는 400여 장 이상의 엽서 콜라주 작업을 남겼습니다.
캘리의 엽서 콜라주는 우발적이고 실험적임에도, 그의 독특한 미적 감각이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캘리는 이 우편 시스템을 통해 자신의 작품이 바다 멀리, 여러 손을 거쳐 전달되는 동안 친구보다 낯선 관객을 만나게 되기를 더 바랐을지 모릅니다.
반쯤 친밀하고, 반쯤 공적인 엽서는 캘리를 통해서 반쯤 낯설어집니다. 레베가 벤갈(Rebecca Bengal)은 파리스 리뷰(The Paris Review) 에세이에서 엽서의 양면성 예술가들을 매혹시켰다고 언급합니다. 이런 아이러니는 미술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²
(출처 & 참고)
¹ 우라카와 가즈야,『그림엽서로 보는 근대조선』, 민속원, 2017.
² Rebecca Bengal, Postcards from Ellsworth, The Paris Review (2022, May 19).
https://www.theparisreview.org/blog/2022/05/19/postcards-from-ellswor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