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릴라 모젠터(Cyrilla Mozenter) 작품에 대하여
미국 미술가 시릴라 모젠터(Cyrilla Mozenter)는 1989년부터 특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공중화장실에 놓인, 누군가의 손길이 닿아 닳아버린 비누를 몰래 가방에 넣는 것이죠. 대신 그 자리에는 자신이 가져온 새 비누를 가만히 놓아둡니다. '훔침'와 '나눔'의 교환, 그녀는 왜 이런 행동을 반복했을까요?
공공 비누 수집기
작가 시릴라 모젠터는 우리가 늘 만질 수 있는 일상적인 재료 — 비누, 스푼, 붕대 등 — 을 이용하여, 조용하지만 은밀한 방식으로 사물과 사람의 흔적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는 작가로 유명합니다. 2020년에는 그 업적을 인정해 예술·학문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과 잠재력을 가진 개인에게 지원하는 구겐하임 펠로우쉽(guggenheim fellowship)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죠.
그녀의 오랜 예술적 여정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는 <프랑시스 퐁주에 대한 오마주 (Homage to Francis Ponge)>, 바로 훔친 비누를 전시한 작품입니다. 시인 프랑시스 퐁주(Fancis Ponge)의 시, 비누(Le Savon)에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평범한 전시장 바닥에 각기 다른 역사를 지닌 비누를 전시하면서부터 시작됩니다. ¹
1989년부터 공중 화장실 비누를 훔치기 시작했다고 고백한 작가는 1991년 자신의 개인전 전시장 바닥에 훔친 여러 개의 비누들을 흰 리넨 천 위에 나란히 놓아둡니다. 이 몰래 가져온 비누들은 익명의 손들과 옅은 물의 압력에 의해 마모된 작고 알록달록한 조각품으로 변모해 전시실에 전시됩니다.
모르는 손들
이 프로젝트는 여행하며 1990년대 초 거품 디스펜서로 공중 화장실에서 비누가 거의 사라질 때까지 몰래 더 가열차게 지속했다고 자백합니다. 모젠터는 한 큐레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미술관도 자신이 가장 자주 비누를 훔치던 공간이라고 언급하며, 비누를 미술관에 방문한 모든 사람이 - 경비원, 방문객, 예술가, 미화원, 큐레이터들 - 각자 손을 부비던 공공의 조각으로 기억해 냅니다. ²
몇 년 후 미국의 많은 미술관에서 공중 화장실은 위생적인 문제가 대두되며, 적절한 양의 거품을 분배해 주는 디스펜서로 대체되면서, 미술관에 방문한 사람들의 손들은 화장실의 비누를 통해 극적으로 만나기 어렵게 됩니다.
딱딱한 고체로서는 변화가 없는 무력한 물체이다가, 물이 닿으면 부드럽고 드라마틱한 거품으로 풍성해지는 이 매력적인 물체인 비누는, 예술이 없을 것 같은 곳에서 예술을 찾아내는 작가 덕분에 예술의 소재로 자주 사용됐습니다.
우리는 거기 있었습니다
"돌의 일종, 하지만 자연의 힘이 일방적으로 자신을 주무르게 하지는 않는 돌. 이것은 당신의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와 눈앞에서 녹는다." - 프랑시스 퐁주,『비누』, 잇다, 2021, 27쪽 ³
1899년 출생한 프랑스 시인 프랑시스 퐁주는 조약돌, 빵, 오렌지와 같은 평범한 ‘사물’ 각각을 소재로 오랜 시간 집요하게 관찰하고 묘사해, 주로 일상 속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물들을 글로서 담아낸 ‘사물의 시인’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특히 비누에 천착한 그의 메모들은 결국에 한 권의 책이 되어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프랑시스 퐁주는 시를 통해, 비누의 물리적 특성 - 미끄러움, 거품, 녹아내림, 변형 - 을 세밀하게 관찰했습니다. 여기에 또 다른 예술가 모젠터는 비누를 여러 사람들 무수한 부빔과 그 부재를 드러내는 소재로 사용합니다.
모젠터는 비누를 손의 흔적을 보관하는 목격자로 다루는지도 모릅니다. 전시장에 누워 있는 이 비누들은 그 장소에 같이 있었던 사람들을 조용히 다시 불러냅니다. 비누에는 비누를 만진 사람의 신분도, 나이도, 재산도, 국적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비누들은 조용히 드러냅니다. 우리는 같이 거기 있었습니다.
(출처 & 참조)
¹ Cyrilla Mozenter, <Homage to Francis Ponge (1989–1991)>artist’s website.
² Elizabeth Finch, <essay in Very Well Saint: Drawing Papers #8>, The Drawing Center, 2000.
³ 프랑시스 퐁주,『비누』, 잇다, 2021 (https://itta.co.kr/portfolio/211/)